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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필수 수술과 기피 현상만 초래…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21-06-18 13:56
    최종업데이트 2021-06-18 13:56


    #157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란 

    한동안 잠잠했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슈가 다시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측의 가장 큰 이유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을 주도한 의사의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에 준해 크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이면서 오히려 수술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임에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일단 수술을 하는 과는 ‘외과’인데, 이 ‘외과’에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이 있다. 이 모든 외과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 건 큰 잘못이다. 성형외과와 정형외과는 전통의 초인기과이고, 일반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주로 비인기과에 해당한다. 성형외과와 정형외과는 미달된 적이 없지만 일반외과와 흉부외과는 매년 미달이 난다.

    지금의 수술실 CCTV 의무화 문제를 촉발시켰던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의 문제가 어디서 터졌는지 보자. 거의 모두 인기과들이다. 그런데 수술실 CCTV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과는 일반외과와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이고 몇몇 성형외과와 정형외과는 자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성형외과는 특정 앱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병원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딱 잘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차이는 바이탈(vital), 생명을 다루느냐에서 출발한다. 수술의 응급성과 환자의 중환도가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바이탈을 다루는 중요한 과의 수가를 강제로 낮게 책정한다. 그러므로 생명을 직접적으로 덜 다루는 성형외과와 정형외과는 상대적으로 수가의 통제에서 자유롭다. 즉, 병원들끼리 영리 경쟁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구에 일반외과 수술 병원은 거의 없지만, 성형외과와 정형외과는 수십, 수백 개가 있는 이유다. 이들의 일부에서 대리수술, 유령수술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의료 사고의 위험성이 낮고, 영리 경쟁에서의 비용 절감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자율적으로 설치하고 홍보하는 곳들도 대개 성형외과와 정형외과인데, 이게 또 이미지 제고와 신뢰 확보를 통한 마케팅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탈을 다루는 과는 환자의 중환도가 높기 때문에 의료사고의 위험성에 훨씬 크게 노출돼 있다. 불가항력적이라도 사고가 한번 터지면 수습은 어렵고 곧장 소송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가뜩이나 낮은 수가와 중노동의 환경에서 샅샅이 뒤지면 뭐라도 하나 트집 잡기 좋은 영상 기록까지 남긴다는 건 의료인에게 하나 더 불안의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방어 진료가 강요되고 있는 바이탈과 의사들에게 더한 방어 진료를 요구하고, 이를 지망하려는 의대생들에게 기피과의 기피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는 셈이다. 여러 번 말하지만, 위험한 건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술실 입구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 논의는 성형외과 등에서 영리적인 의료행위를 하다 문제가 돼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 정말 필수적인 수술과와 CCTV가 설치된 공공병원이 기피되는 상황에서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딱이다. 그 초가삼간 안에는 기피과 의사와 기피과를 지망하려던 의대생, 그리고 중한 환자들도 함께 있음을 알아야 할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