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나쁜 소식 전하기'의 현실
의사는 사람의 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 치료가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병은 찾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반드시 마지막을 맞이한다. 의사는 환자의 마지막이라는 공포를 마주하게 하는 직업이다. 다른 직종, 다른 의료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한 유명인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병원 3곳에서 비슷한 진단을 받고
‘이 병이 낫는 병이 아니에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 의지가 강한 건 알겠는데 그냥 편하게 갈 수 있게…’
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의사들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진단은 ‘암의 복막 전이’였다. 복막에 암이 전이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의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리고 또 그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은 그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다.
나쁜 소식을 ‘편하게’ 전하는 의사는 없다고 단언한다. 환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낫게 해주고 싶은 건 누구보다도 그의 주치의다. 환자의 마지막을 보고 싶어서 의사가 된 사람은 없다. 환자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고 싶었으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환자에게 냉정하게 알려야 하는 건 의사의 어쩔 수 없는 의무다. 그래서 의사가 되기 위해 보는 국가고시에서 모의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하는 파트가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것이 ‘나쁜 소식 전하기’다.
환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나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며 달달 외우고 연습하는 원칙이 있다. 캐나다의 로버트 부치먼이 제안한 SPIKES 원칙이다.
1. Setting - 편안한 면담 환경 조성하기
2. Perception - 환자의 병식(병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정도) 파악하기
3. Invitation -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기
4. Knowledge - 정확한 지식의 전달하기
5. Empathy - 환자의 절망적 감정에 공감하기
국가고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10분 이내에 이것들을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완수해야 한다. 수십 번 연습을 거듭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말은 빨라지고, 한 파트를 통째로 놓치기도 일쑤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최소 10분이라는 면담, 진료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도 대부분의 환자가 마지막을 통보 받게 되는 대형 병원에서?
의사 개인의 공감능력 부족이나 부족한 수련으로 인해 ‘나쁜 소식 전달하기’가 미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능숙한 의사라도 이를 적절하게 수행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저 5가지 중에 4번째만 겨우 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엄한 기대를 가지고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 돈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인생까지 몰락시킬 가능성만은 차단해야 한다. 그 외 환자와 보호자의 쏟아지는 의문과 질문, 가끔은 격한 감정, 원망, 분노, 우울, 불안 등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하기엔 너무 벅차다.
나는 그나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 다른 과보다는 면담 시간이 보장되는 편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차분하게 앞으로 비극적일 수 있는 병의 진행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할 여력이 그나마 조금 있다. 심지어 다른 과에서 진단을 받아온 것을 나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금이나마 나은 면담 환경을 다른 의사들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맞이하고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사는 사람의 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 치료가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병은 찾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반드시 마지막을 맞이한다. 의사는 환자의 마지막이라는 공포를 마주하게 하는 직업이다. 다른 직종, 다른 의료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한 유명인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병원 3곳에서 비슷한 진단을 받고
‘이 병이 낫는 병이 아니에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 의지가 강한 건 알겠는데 그냥 편하게 갈 수 있게…’
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의사들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진단은 ‘암의 복막 전이’였다. 복막에 암이 전이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의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리고 또 그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은 그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다.
나쁜 소식을 ‘편하게’ 전하는 의사는 없다고 단언한다. 환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낫게 해주고 싶은 건 누구보다도 그의 주치의다. 환자의 마지막을 보고 싶어서 의사가 된 사람은 없다. 환자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고 싶었으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환자에게 냉정하게 알려야 하는 건 의사의 어쩔 수 없는 의무다. 그래서 의사가 되기 위해 보는 국가고시에서 모의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하는 파트가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것이 ‘나쁜 소식 전하기’다.
환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나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며 달달 외우고 연습하는 원칙이 있다. 캐나다의 로버트 부치먼이 제안한 SPIKES 원칙이다.
1. Setting - 편안한 면담 환경 조성하기
2. Perception - 환자의 병식(병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정도) 파악하기
3. Invitation -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기
4. Knowledge - 정확한 지식의 전달하기
5. Empathy - 환자의 절망적 감정에 공감하기
국가고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10분 이내에 이것들을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완수해야 한다. 수십 번 연습을 거듭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말은 빨라지고, 한 파트를 통째로 놓치기도 일쑤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최소 10분이라는 면담, 진료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도 대부분의 환자가 마지막을 통보 받게 되는 대형 병원에서?
의사 개인의 공감능력 부족이나 부족한 수련으로 인해 ‘나쁜 소식 전달하기’가 미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능숙한 의사라도 이를 적절하게 수행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저 5가지 중에 4번째만 겨우 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엄한 기대를 가지고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 돈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인생까지 몰락시킬 가능성만은 차단해야 한다. 그 외 환자와 보호자의 쏟아지는 의문과 질문, 가끔은 격한 감정, 원망, 분노, 우울, 불안 등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하기엔 너무 벅차다.
나는 그나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 다른 과보다는 면담 시간이 보장되는 편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차분하게 앞으로 비극적일 수 있는 병의 진행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할 여력이 그나마 조금 있다. 심지어 다른 과에서 진단을 받아온 것을 나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금이나마 나은 면담 환경을 다른 의사들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맞이하고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