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최근까지의 각종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통계적으로 많은 전공의들이 성희롱·성추행 포함의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 후보는 “‘폭로’ 이후에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의료계를 지배하는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개인이 ‘폭로’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용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 후보는 "의료계의 뿌리 깊은 폐쇄적 분위기를 단기간 내 바꾸지 못한다면, 신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며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내지 않아도 가해자가 처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 후보는 국내 보안 전문기업 중 하나인 스틸리언 박찬암 대표와 만나 익명 신고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기 후보는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 의료계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상했다"라며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와 사법체계를 연계해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 연대를 돕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신고체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폭력 익명 신고체계’는 미국의 프로젝트 칼리스토(project callisto)를 예로 들 수 있다. 프로젝트 칼리스토는 캠퍼스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피해를 제보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특정 가해자에 대한 피해사실이 모이면 피해자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서로가 허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를 제공받은 피해자들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 상처 극복을 위해 서로 도울 수 있다.
기 후보는 “대부분의 가해자는 반복적으로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오랜 기간 성폭력을 가하곤 한다"라며 "보다 적은 용기로도 실제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익명의 신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 후보는 "피해자 중심의 시스템이 무고한 가해 지목자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기 후보는 “우선 무고한 가해 지목자가 반복적으로 고발되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희박하다”면서 “이 시스템은 신고한 날짜와 시각도 함께 기록에 남기 때문에 이 자체도 증거의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증거들의 누적을 통해 오히려 한 번 더 검증하는 지점이 생기기에 다른 폭로나 신고시스템에 비해 오히려 양측에 더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박찬암 대표는 "전산 시스템 자체의 익명성 보다 전체 신고처리 절차상의 신뢰성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리적인 판단은 시스템이 아니라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윤리위원회와 사법부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면담 등을 거쳐 판단한다"라며 "이에 따라 무고한 이가 처벌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