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7530원으로 16.4% 가파르게 상승했다. 아직 상당수 개원의들이 올해 최저임금을 실제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오르는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이 된다. 이에 따른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가 개원의들에게도 닥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A의원 원장은 간호조무사 3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인상에 따른 월급 인상을 건의했다. 이 원장은 직원 3명에게 170만원부터 19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근로시간은 주 50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 기준인 주 40시간을 훌쩍 넘었다. 최저임금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174만원 정도다. A의원 원장은 한꺼번에 비용 지출을 늘리는 대신 주1회 휴무를 두고 근로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서울의 B의원 원장은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 간호조무사 등 직원 7명에게 각각 월급을 15만에서 20만원 정도 인상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월급인상을 결정하자 갑자기 건물주가 찾아왔다. 그는 건물주로부터 내년부터 임대료를 인상해달라는 폭탄까지 맞게 됐다. 하지만 B의원 원장은 내년 수익이 늘어나기는 커녕 환자가 줄고 있다며 걱정이 앞섰다. 결국 직원이 그만두면 직원 숫자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실(정의당)이 지난 10월 간호조무사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간호조무사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13.8%에서 27.5%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간호조무사 비율은 같은 기간 53.4%에서 올해 38.2%로 감소했다.
올해 간호조무사 평균 임금총액은 224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4% 올랐다. 임금인상률이 지난해(3.5%)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훨씬 밑돌았다.
간호조무사의 38.4%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환경이 달라졌다"고 답했는데, 이 중 노동시간단축이 24.4%로 가장 많았다. 고정 시간외수당 삭감은 14.4%, 식대 등 복리후생비 삭감은 14%, 상여금 삭감은 12.5%, 휴게시간 증가는 8.6% 등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일반 소상공업체 102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이 지속해서 상승하면 ‘1인 및 가족경영을 하겠다’는 업체가 과반수 이상(52.7%)이었다. 소상공인들은 향후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거나(40.9%) 근로시간을 감축(26.2%)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 악화가 드러난 만큼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주휴수당(근로기준법상 규정된 주당 근로시간을 다 근로하면 일주일 중 하루 유급휴가)을 못 주는 소상공인이 많은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2년 새 29% 오른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20%를 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보다 임금 부담이 50%쯤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1일 차관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4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의료계 역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은 다 개원가가 아닌 대학병원으로 쏠리고 내년 의원 수가 인상률은 2.7%에 불과하다”라며 “이렇게 되면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고 고용도 줄이게 된다. 늘어나는 최저임금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