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1일 개최된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은 "제네렉을 무조건 타개해야 하는 마약과 불량품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국민 건강권을 핵심에 두고 합리적인 약가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약제비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약제비 절감을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성분명처방 도입과 제네릭 약가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뿐 아니라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 육성에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제네릭 사용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조차도 실제로 그 나라에서 제네릭을 자체 생산하는 경우는 적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 빼고 653곳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국민의 생존권, 기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안전하고 필수적인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자긍심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보재정을 좀먹고, 똥약이라는 제네릭을 공급하는 카르텔로 치부한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정확한 팩트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제네릭을 무조건 타개해야 하는 마약과 불량품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2020년 의약분업 이상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해관계자가 모여 국민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제네릭을 없애라면 없앨 수 있고, 원가를 낮추라고 하면 중국과 인도에서 원료를 들여오면 된다. 하지만 논의의 핵심에는 국민 건강권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긴급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 배경은 '불필요한 누수 막기'…성분명 처방, 수급불안의약품부터 도입 검토"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재정건정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는 관점은 수익증대나 지출효율화 등 불합리한 구조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 일환으로 약가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가 약을 좋아하는 나라고, 의료이용 행태나 제공체계가 독특한 나라다. 약가뿐 아니라 의료이용에 대한 비급여 문제 등 여러 문제 의식이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도움이 되는 방향, 재정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향을 대원칙으로 해서 고민한다. 의약품 관리체계나 약가정책에서의 정부의 역할이나 책임에는 공감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사회적 합의가 요원하다"며 "동일한 사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의제인 만큼 향후 약가제도개편 사안이 시행될 때 위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제도 시행 중에도 모니터링해서 선순환 체계의 정책을 이끌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약가제도의 합리적 기준 개선 배경에 대해서는 "제약산업이나 국가적인 생태계가 의약품 개발, 생산, 유통 전반의 상생 구조가 형성되어야지 불필요한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분명 처방에 대해서는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해관계단체의 대립이 있어 급격하게 추진하긴 어렵지만, 수급 불안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는 대체조제나 성분명 처방을 빠르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분명처방 시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약제비 증가세에 성분명처방 도입·제네릭 약가인하 등 제안
배재대학교 보건의료복지학과 나영균 교수는 상품명처방·다제처방 관행과 고가의 제네릭 약가, 높은 외래방문, 약가결정 구조 비효율 등을 약제비 비효율 문제로 지적하며, ▲성분명 처방 ▲참조가격제 ▲경쟁입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1인당 약제비는 의료비의 5분의 1이라며,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의약품 지출액은 ppp기준 999달러로, OECD 평균 658달러 대비 47.3%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만성질환 약제비 폭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품명처방 관행으로 대체조제율은 0.79%로 1% 미만에 불과하다며 성분명처방 의무화를 제안했다. 그는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면, 연간 7.9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의사협회 측에서는 의사들이 받을 이익을 약사가 받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제네릭 약가를 상당 부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상당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교수는 제네릭 약가의 가격 경쟁 부재를 언급하며, 제네릭을 많이 사용해도 약제비가 감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약업계에는 마케팅,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부연했다.
나 교수는 "제네릭을 쓰지만 약가가 비싸서 약제비가 줄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은 제네릭을 사용하는 비중이 90%며, 제네릭에 지출되는 재정은 20%다. 반면 한국의 제네릭 사용량은 49%인제, 지출은 41%에 달한다"며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진입으로 약가가 하락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허 만료 후에도 시장이 오히려 확장되는 역설적 구조가 고착됐다.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 시장 실패"라고 설명했다.
이에 나 교수는 참조가격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일 그룹 내 최저가 의약품을 기준으로 보험 상한가를 설정하면, 환자가 더 비싼 약을 선택하면 차액을 본인이 부담해 제약사 간 자발적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참조가격제를 도입하면 제네릭 약가 30~40% 추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제네릭 약가율 40%대 조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당 부분 봐준 것 같다"며 "사실은 40%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한 것 같다. 우선은 40%라도 낮춰서 점진적으로 낮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 주도의 경쟁입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등재를 위한 실질적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 제약사는 마케팅이 아닌 가격으로 경쟁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 교수는 "실제로 성공한 국가의 공통점은 가격 경쟁 메커니즘의 작동"이라며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입찰제, 독일은 참조가격제, 네덜란드는 선호정책 등을 운영하며, 제네릭 간 실질적 가격 경쟁을 유도해 약가를 인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약가결정권 건보공단으로 이양 ▲품절약 국제일반명(INN)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시 성분명처방 의무화 ▲공공제약사 설립을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신약과 제네릭 등재권한을 건보공단으로 이관해 제약산업과 공급자 견해에만 따른 약가결정(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건강보험 운영에 따른 재정 운영원리를 적용한 약가결정권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존 행위, 치료재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용평가를 하더라도 의약품은 ICER 평가 등 급여평가를 모두 건보공단이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품절약과 퇴장방지약물의 INN 상품명을 의무화해 성분명처방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품절약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제약사의 제조가 중단될 시 원활한 공급루트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현재 상품명처방은 문전약국 이용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며 "원격의료의 대상은 비응급, 경증환자인 경우인 만큼 제네릭약품의 신뢰도에 가장 민감도가 낮다고 판단된다. 비대면진료 대상이 특정 상품명의 의약품ㅇ르 찾아다니는 것도 논리상 합리적이지 않은 만큼, 원격의료에서 우선적으로 성분명처방을 시범사업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품절약 사태와 민간제약사의 약가핑계에 따른 조제 거부 등은 의약품 공급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기능확보를 과제로 보여준다"며 "건강보험이 운영하는 공공제약사는 품절약과 민간제약회사가 생산을 꺼려하는 퇴장방지의약품 등을 생산하고 필수의약품 중 가격격차가 큰 의약품의 저가 공급을 담보해 실제 국민의 의료비를 절감하고 약제비 비중을 줄여 국민 건강 생활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건보 재원을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에 투입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신약개발과 경상의료비 대비 약제비 지출 비중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제약사가 이야기하는 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약제비를 건보 재원으로, 제네릭을 지원한 결과 신약개발을 안 한 게 아니다. 또한 신약개발을 한다고 해서 약제비를 올려줄 이유가 없다. 이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네릭약가는 40%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며 "건보 재원은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정부는 제약 산업 반발 등으로 인해 이중약가제 도입 카드를 꺼내고 있다. 또 신약에 대해 건보 재정을 더 투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