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생명공학회사 모더나(Moderna Therapeutics)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예방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6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코로나 예방 백신 1상 임상시험을 시작, 첫 번째 참여자에 대한 백신 투여를 마쳤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 감염은 경증~중증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5일 기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5만 3517명, 사망자는 5735명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5일까지 이미 28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58명이 사망했다.
현재 SARS-CoV-2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승인된 백신은 없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은 mRNA(messenger RNA) 유전자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됐다. [관련기사=美모더나 "2.5개월 안에 신종 코로나 백신 임상 들어간다"]
이 백신은 신체의 세포가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지시한다. 동물모델에서 유망성을 보였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NIH 측은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백신연구센터(VRC) 및 모더나의 과학자들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를 유발하는 관련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연구로 mRNA-1273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구형으로, 표면에 튀어나온 스파이크로 인해 크라운과 같은 모양을 띄고 있다. 스파이크는 인간 세포에 결합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도록 한다.
VRC와 모더나 과학자들은 이미 스파이크를 표적하는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을 연구했었고, 이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출발점이 됐다. 연구팀은 1월 SARS-CoV-2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입수한 뒤 기존 mRNA 플랫폼에서 바이러스의 안정화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하는 서열을 신속하게 선택했다.
이후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nter for Epidemic Preparedness and Innovations, CEPI)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42일만에 첫 번째 임상 배치를 제조했으며, 당초 4월 초 예상했던 임상시험 시작일을 보름 가까이 앞당겼다. 백신 설계부터 임상시험 시작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2002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한 뒤 NIAID가 백신으로 첫 번째 임상에 들어가기까지 20개월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이번 1상 연구는 28일 간격으로 2회 용량의 백신을 투여하는 스케줄로 진행되며, 3가지 용량(25, 100, 250μg)에 대한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약 6주간 18~55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등록하고, 두 번째 백신 접종 후 12개월간 참여자를 추적할 예정이다.
따라서 긴급 승인을 받더라도 임상시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반인에게 투여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NIAID 국장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S. Fauci) 박사는 "SARS-CoV-2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기록적인 속도로 시작된 이번 1상 연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임상시험은 NIAID에서 자금을 지원하며, NIAID의 전염병 임상 연구 컨소시엄 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넨테 워싱턴 보건연구소(Kaiser Permanente Washington Health Research Institute)가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