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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정 의원 "문케어에도 건보재정 양호, 이런 게 실력" vs 이준석 대표 "누적적립금 전 정부 동일, 의료이용량 줄었을 뿐"

    코로나 변수로 건보지출 감소에 여야 엇갈린 해석…현 정부 초기 누적적립금 20조1800억, 현재 20조 8200억

    기사입력시간 2022-03-02 10:52
    최종업데이트 2022-03-02 22: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야가 건보재정 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각자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재정도 굳건하게 지켜냈다고 밝힌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가 줄어 흑자로 전환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고민정 의원, 건보재정 수지 흑자에 이것이 실력
     
    사건의 발단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케어로 건보재정 파탄난다던 야당 의원님들께'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고 의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2조 8000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해 누적 적립금이 20조 2000억원을 넘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보다 많은 금액"이라며 "즉 문케어로 국민들 의료비 부담은 낮췄고 건보재정은 보다시피 튼튼하다. 이런 게 실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건보 재정 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관련기사=문재인 대통령 "건강보험 2조8000억 흑자...재정 악화 모르고 하는 말")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누적 적립금은 당초 계획보다 두 배를 달성했고 보험료 인상률도 계획보다 낮은 평균 2.7%로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코로나 격리‧치료비와 진단‧검사비 등 방역‧의료에 2조1000억원의 건보 재정을 적극 투입했는데도 재정 상태가 오히려 양호해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도 건보 재정 당기수지가 2조8229억원 흑자로 집계됐고, 누적 적립금은 20조2410억원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수입(7조1000억원), 지출(3조9000억원)이 모두 증가했으나 지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둔화돼 재정수지가 개선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 박근혜 정부에 받은 적립금이 원래 20조8000억원
     
    사진=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반면 야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넘겨 받은 건보 누적적립금이 원래 20조8000억원 수준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어 현상 유지라도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중에 돌려받는 연금도 아니고 사회보험료가 남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국민의 고혈을 짰다는 얘기"라며 "박근혜 정부 말기에 문재인 정부에 넘겨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17년 기준 20조8000억원이었다. 뭐좀 알고 쓰자"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메르스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병원에 가는 사람자체가 줄어서 건보 재정이 현상유지라도 한 것"이라며 "원래 문재인 케어 대로 가면 2024년까지 20조 적립금 다 까먹는 추계가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로 병원 덜가서 국민건강보험료가 남았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실력이라면 메르스 때 병원 덜가서 생긴 박근혜 정부의 성과도 실력이라고 봐야된다. 그건 실력이 아니라 돌발변수"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하루 뒤인 27일 고민정 의원은 다시 “20조 8000억원은 2016년 말 기준이다. 2017년 4월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조 367억원”이라며 “잘못된 정보가 국민들에게 왜곡된 생각을 불러올 수 있으니 정정하라”고 촉구했다.
     
    호흡기질환자 25.9%나 감소,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10% 줄어
     
    그렇다면 실제 건보재정의 실상은 어떨까. 우선 이준석 대표의 발언대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병원 이용은 실제로 크게 줄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발행한 '코로나19와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은 59.1%로 1년 전인 2019년 상반기에 비해 9.8%p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병·의원 방문 중 감염 불안 경험은 9.2%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지기도 했다.
     
    사진=코로나19와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현황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 건보재정 총수입은 정부지원 규모가 9조2000억원에서 9조 6000억원으로 4000억원 증가하고 건강보험료율이 2.89% 조정되면서 전년대비 9.6% 증가한 것에 반해, 지출은 호흡기와 소화기계 질환자 등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5.3%인 3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2021년 총 지출액 77조6000억원은 애초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예상한 건보재정 총 지출액 79조5000억원 보다 1조9000억원 가량 적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의료기관 방문 감소가 지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실제 전년 대비 감기, 폐렴 환자가 각각 26.9%, 39.8% 줄었으며 전체 호흡기질환자는 25.9%나 감소했다.
     
    누적적립금 고갈 연구 존재, 당기수지 2019년 적자 전환 예상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원래 문케어대로 가면 20조원 적립금을 다 까먹는다"라는 발언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정추계'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22년에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하고 해당 정책 기조를 2027년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9년부터 적자 전환되고, 2022년까지 누적적립금 8조6000억원를 추가로 활용, 최종적으로 2026년에 누적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재정 지출 관리와 수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예산정책처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고가 의료서비스 남용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제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문케어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문재인 정부 5년,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성과와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문케어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며 예상됐던 대형병원 쏠림을 전혀 막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기관 종별 입원일수를 보면 병원(1.09→0.98), 의원(0.69→0.58)은 줄어든 반면, 상급종합병원(1.10→1.13), 종합병원(1.15→1.17)은 증가했다.
     
    이 같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외래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래방문일 수는 전 종별에서 늘어났으나 특히 상급종합병원(1.18→1.25), 종합병원(1.28→1.42)의 증가 폭이 병원(1.33→1.38), 의원(1.05→1.09)에 비해 훨씬 컸다.
     
    2016년 말 누적적립금 20조8000억원 아닌 20조656억
     
    건강보험 재정현황. 사진=e나라지표

    건보 누적적립금 관련 통계 설전은 여야 모두 근소한 차이가 있었다. 

    갑론을박이 있었던 발언을 다시 상기해보면 이준석 대표는 박근혜 정부 말기 문재인 정부에 넘겨준 2017년 기준 건보 누적적립금이 20조8000억원이라고 언급했고 이에 고민정 의원은 "20조8000억원은 2016년 말 기준이고 2017년 4월 기준으론 누적적립금이 20조367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연도 전체를 따지면 이 대표의 말 대로 2017년 누적적립금은 20조8000억원이 맞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15년 대략 17조에서 2016년 20조1000억원, 2017년 20조8000억원, 2018년 20조6000억원을 기록하다 2019년부터 17조8000억원, 2020년 17조4000억원까지 감소했다.
     
    다만 분기별로 따져보면 어느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누적적립금은 20조656억원으로 2017년 4월 말 기준 누적적립금도 20조367억원이 아닌 20조1817억원이었다.
     
    즉 고 의원의 주장과 달리 2016년 말 기준 누적적립금은 20조8000억원이 아니라 20조656억원이고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2017년 5월 기준으로 2017년 1분기 누적적립금은 20조1817억원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 1분기 건보 누적적립금은 1분기 17조7424억원, 2분기 20조3944억원, 3분기 20조2120억원, 4분기 20조65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누적적립금은 1분기 20조1817억원, 2분기 21조9175억원, 3분기 20조7375억원, 4분기 20조7733억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2021년도 건보재정 당기수지가 흑자로 집계돼 17조원까지 떨어졌던 누적적립금이 20조원대로 복구된 것도 사실이고 이는 정부지원 규모 확대, 건보율 조정 등 수입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했기 때문도 있지만 코로나19 등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의 흑자 자체에 연연하기 보단 향후 대형병원 쏠림 방지 등 재정 건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분기별 건보재정 현황과 2017년 1분기 재정현황(단위:억원).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메디게이트뉴스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