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PARP 억제제인 린파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를 이용한 유지치료가 BRCA 관련 췌장암에서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의대(University of Chicago Medicine) 헤디 킨들러(Hedy L. Kindler) 교수는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 플래너리 세션(Plenary Session)에서 린파자 임상3상 POLO 연구결과(Abstract #LBA4)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BRCA 유전자 돌여변이 전이성 췌장암에서 린파자 유지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7.4개월, 위약군 3.8개월로 암 진행이 유의하게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초기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완료한 뒤 진행이 없었던 암 환자에게 린파자를 투여했을 때 2년 후 질병 진행이 없었던 환자 비율은 22.1%였고, 의약군은 9.6%였다.
전체 생존율(OS) 데이터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전이성 췌장암의 생존기간 중앙값이 현재 1년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킨들러 교수는 "POLO는 전이성 췌장암 치료에서 바이오마커 중심의 접근법을 확립하기 위해 진행된 첫 번째 3상 무작위 연구로, 치료가 어려운 암종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대략 5명 중 1명이 린파자에 2년간 반응했는데, 이는 전이성 췌장암에서 매우 주목할만한다"고 설명했다.
생식선 BRCA 변이는 유전되며, 난소암과 유방암, 전립선암을 포함해 여러 암이 발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에서는 약 5~6%가 하나 또는 둘 모두의 BRCA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번에 진행된 임상시험은 항암화학요법 및 젬시타빈(gemcitabine) 치료 후 린파자 치료를 받은 BRCA1/2 변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에서 반응률이 22%로 나온 2상 임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며, 린파자가 16주 이상의 초기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질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의 독성 문제로 일부 환자들은 16주 후 약을 중단하게 된다. 연구팀은 린파자와 같이 독성이 낮은 경구용 비항암화학요법 제제의 사용이 중요선 옵션으로 봤다.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 3315명을 대상으로 생식선 BRCA 변이가 있는지 여부를 스크리닝했고, 247명을 선별했다. 최종적으로 154명 환자를 무작위로 3:2로 린파자군 또는 위약군에 배정했다.
치료는 마지막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투여로부터 4~8주 지난 다음 시작됐고, 치료 기간 중앙값은 린파자군 6개월, 위약군 3.7개월이었다.
그 결과 린파자는 위약군에 비해 질병 진행 위험을 4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후 질병 진행 징후가 없었던 환자 비율은 린파자군 33.7%, 위약군 14.5%였고, 2년 후에는 각각 22.1%, 9.6%였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은 린파자군 40%, 위약군 23%였고, 독성에 의한 치료 중단률은 각각 5.5%, 1.7%였다. 린파자의 내약성은 좋았고, 삶의 질 측면에서 위약군과의 차이는 없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 수잔 콜(Suzanne Cole)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이번 연구 결과가 미치는 전체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장기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올라파립이 BRCA 변이가 있는 전이성 췌장암 진행을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을 보고싶다"면서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더 많은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췌장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린파자는 최초의 경구형 폴리중합효소(PARP, 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제로, 종양세포의 DNA 손상에 대한 복구 기전을 저해해 선택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다. 2015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이상의 백금기반요법에 반응(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백금민감성 재발성 BRCA 변이 고도 장액성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으로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