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인해 올해 제약시장의 낮은 성장률이 예고되고 있다.
제약시장은 지난 5년간 평균 8.6%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4.4% 정도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며,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한국 아이큐비아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제약업계 영향과 향후 전망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분석은 코로나19 발병 이전과 이후 제약회사, 병원, 약국, 의약품도매상 등 헬스케어 내 주요 기관 및 조직에서 발견된 변화를 비교했으며, 향후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 대한 전망을 포함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5년 평균 성장률 보다 높은 8.6%의 성장률을 보인 제약시장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이 예견됐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상반기 약 7%p 감소, 하반기 1%p 감소해 4.4%의 시장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올 한 해에만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며, 코로나19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인 후 오는 2021년 초에 예전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자 가장 많은 대구·경북이 가장 큰 타격..광주·전라지역은 미미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의 제약시장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이 85%며 사망자의 비중도 90%에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병원의 역량 대부분을 코로나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대구·경북은 타 지역에 비해 1.25배 가량 더 클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결국 의약품 사용량이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약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외처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구·경북지역의 대규모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이후 병의원의 원외 환자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큐비아가 보유한 약사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약 23% 정도 감소했으며, 의약품 도매업체 조사결과 매출이 적게는 8%, 많게는 30% 감소해 평균 약 13%가 줄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약사가 소비자, 환자 접점에 있어 코로나19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원외처방 관련 약사 대상 조사를 분석하면, 서울과 대구·경북, 기타 지역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발병건수 자체가 낮은 광주·전라지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전라지역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원외처방이 '소폭 증가 혹은 변화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12%로 전체 평균인 4% 보다 높게 나타났고 '30% 이상 감소' 답변이 18%로 전체 평균 34%보다 낮았다.
도매업체는 큰 변화 없어..암질환 등 중증질환 의료이용도 상대적 영향 낮아
반면 의약품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원내 의약품 구매량 자체에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원내 의약품의 경우 지난 5년간 매년 약 8.2%의 성장을 이뤄왔고, 2019년에는 문재인케어 등 여러 헬스케어 정책의 변화로 2019년에는 11%의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인력의 부족, ▲환자의 병원 입원기간의 최소화 노력 등으로 2020년에는 지난 5년간의 평균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7.5%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 변화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는 호흡기질환군이나 바이러스질환,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암질환을 비롯한 생명위협(life-threatening)관련 질환군 등은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며,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은 신규 환자의 유입은 일부 제한이 있겠지만 기존 환자들은 장기 처방의 증가로 환자수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입원환자 처방 비율이 높은 질환군도 다소 완만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경증 질환이나 보조 치료제로 사용되는 제품군에서 가장 큰 변화가 관찰될 것으로 예측된다. 즉 대형병원은 큰 타격이 없지만 코로나19로 일선 개원가에는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일반의약품 전체 판매 감소했지만, 손소독제·마스크 등 위생용품 판매는 급증
약국에서도 원외처방을 제외하면 일반의약품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일반의약품 내 특정 제품군의 판매량이 아닌 전반적으로 모든 제품의 판매가 감소가 일어났으며, 이는 전체적인 환자 방문 감소에 기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각종 위생용품 판매는 급증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마스크·손소독제 판매액과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해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온 1 월 24일 매출이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약국 매출 역시 크게 증가했다. 다소 주춤하다가 대구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런 증가세는 대구 지역 약국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 시기 대구 지역 약국의 전체 매출액 중 마스크와 손소독제 비중이 1월초 1% 미만에서 30% 수준까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