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1분기 13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벤처캐피탈(VC)로부터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억 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곳은 8곳이었고, 최고 금액은 6억 달러였다.
투자 상위 5개 기업은 아이소모픽·버디바·에이콘·카디건·아비세다
메디게이트뉴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금액을 유치한 곳은 첫 외부 투자에 나선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기업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다. 아이소모픽은 2021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분사해 설립된 영국 스타트업으로, 대표적인 AI 모델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3(AlphaFold 3)가 있다.
이 모델은 생명체의 모든 분자 구조와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이를 활용해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노바티스(Novartis)와 협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신약 발굴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으며, 내부 프로그램은 주로 종양학과 면역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6억 달러 규모 투자는 스라이브캐피탈(Thrive Capital)이 주도했고, 구글벤처스(GV)가 참여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알파벳(Alphabet)으로부터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금은 AI 약물 설계 엔진을 강화하고, 약물 후보 파이프라인을 확장 및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 개발 영국 스타트업 버디바 바이오(Verdiva Bio)가 시리즈 A에서 4억11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뒤를 이었다.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또는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경구제 및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표 파이프라인은 2상 진입 준비를 마친 주1회 경구 투여 GLP-1 수용체 작용제다.
버비다는 2024년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Sciwind Biosciences)로부터 중국 본토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1회 경구용 GLP-1 작용제와, 주1회 경구용 아밀린 작용제, 장기 지속형 피하주사용 아밀린 작용제 포트폴리오를 갖췄으며, 단일요법 또는 병용요법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버비다 최고의료책임자(CMO)인 모하메드 에이드(Mohamed Eid) 박사는 "이 프로그램들은 다중 표적에 대한 차세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 순응도를 개선하고, 체중 감량 유지에 더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한 임상적으로 검증된 경구 투여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현저히 낮은 용량으로 높은 효능과 우수한 내약성을 갖춘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이콘 테라퓨틱스(Eikon Therapeutics)는 3억507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D를 마감해 누적 투자금이 11억 달러를 넘었다. 에이콘은 초고해상도 현미경과 첨단 공학, 고성능 컴퓨팅을 활용해 살아있는 세포 내 단백질을 시각화하고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인 EIK1001은 7번과 8번 톨유사수용체(TLR) 작용제로,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 중이다. 단일요법은 물론 다양한 암 유형에서 PD-(L)1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1상 평가 중인 PARP1 억제제 EIK1003과 중추신경계 침투성 PARP1 억제제 EIK1004를 개발 중이다. EIK1004는 뇌암 치료제로 1상 연구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으로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와 WRN 억제제 등도 있다.
2020년 BMS에 131억 달러에 인수된 마이오카디아(MyoKardia) 출신 임원진이 설립한 카디건(Kardigan)은 3억 달러 시리즈 A 투자와 함께 출범을 알렸다. 마이오카디아 CEO를 역임한 공동 창립자 타소스 지아나카코스(Tassos Gianakakos)가 이끌고 있으며, 심혈관 질환 치료를 위한 다중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카디건은 시리즈 A 자금을 활용해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원발성 및 이차성 심근병증을 포함한 심혈관 분야의 미충족 수요에 초점을 맞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자체 발굴 플랫폼과 라이선싱, 인수합병(M&A)을 활용해 여러 후기 단계 후보물질을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독점적인 심질환 특화 도구를 활용하면 질병의 핵심 요인과 치료 반응자를 매칭해 임상시험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아나카코스 CEO는 "카디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을 모아 단일 목표에 집중해 전례 없는 속도로 다중 중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심장 지능 모델은 카디건의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신중하게 선정된 후기 단계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안과 치료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는 아비세다 테라퓨틱스(Aviceda Therapeutics)도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자들은 2b/3상 임상을 진행 중인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으로 인한 지도모양위축(GA) 치료제 AVD-104의 후기 단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억75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자금 조달에 참여했다.
지도모양 위축 치료제로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Apellis Pharmaceuticals)의 사이포브레(Syfovre)와 아스텔라스(Astellas)의 아이저베이(Izervay)가 있다. 두 약물은 보체 단백질인 C3과 C5를 각각 표적한다. AVD-104은 면역 조절과 보체 억제를 표적하는 이중 기전 약물로, 올해 하반기 중 2b/3상의 12개월 주요 평가 지표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아비세다는 안과 분야를 비롯해 면역학, 섬유학, 종양학, 신경학 등 다양한 치료 분야에서 광범위한 제품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GSK 합작 TCE 개발사 오우로·생체내 CAR-T 개발사 우모자 등 눈길
모노그래프캐피탈(Monograph Capital)과 GSK의 합작 회사인 오우로 메디슨(Ouro Medicines)은 1억2000만 달러 자금 조달과 함께 출범 소식을 알렸다. GSK는 시리즈 A에도 참여했다.
오우로는 B 세포 매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T 세포 결합체(TCE)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다. B 세포 매개 질환에서 T 세포 결합체를 활용해 면역 억제를 계속하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완화를 달성하는 면역 재설정을 목표한다.
가장 앞서 있는 후보물질은 최근 중국 케이메드 바이오사이언스(Keymed Biosciences)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BCMA 표적 이중특이성 T 세포 결합체 OM336다. 케이메드는 중국에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OM336(CM336)의 2상 확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우로는 중국 본토를 제외한 지역에서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올해 1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환자 체내에서 CAR-T 세포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생체 내(in vivo) CAR-T 치료제 개발 기업인 우모자 바이오파마(Umoja Biopharma)는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가장 앞서 있는 후보물질은 CD22를 표적하는 UB-VV400/410과 CD19를 표적하는 UB-VV111다. 2024년 UB-VV400/410에 대해 중국 이아소 바이오테라퓨틱스(IASO Biotherapeutics)와 UB-VV111은 애브비(AbbVie)와 각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애브비가 UB-VV111의 독점권을 가지며, 이와 별개로 애브비와 우모자는 애브비가 선택한 표적에 대해 최대 4개 CAR-T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모자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앤드루 샤렌버그(Andrew Scharenberg) 박사는 "투자자들은 우모자가 업계 최초의 생체 내 CAR-T 세포 생성 치료법을 개발할 잠재력을 인정했다. 이는 치료 효과 향상, 장벽 감소, CAR-T 치료법 접근성 확대를 목표한다"고 말했다.
종양학과 면역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감염 분야에서도 높은 금액을 투자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 중 하나는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 큐레보 백신(Curevo Vaccine)이다. 큐레보는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는데, GC 역시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큐레보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틴(amezosvatein)의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1분기 텐비 테퓨틱스(Tenvie Therapeutics), 윈드워드 바이오(Windward Bio), 앱큐로(Abcuro), 팀벌린 테라퓨틱스(Timberlyne Therapeutics), 튠 테라퓨틱스(Tune Therapeutics) 등이 1억 달러 이상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