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기획이사는 그동안 대변인으로서 의협의 목소리를 담당해왔다. 그런 그가 임현택 회장 탄핵 이후 다시 의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엔 대변인이 아닌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
탄핵 당시 상황 안타까운 점 투성이…그래도 올바른 의료 위해 가운 벗은 것 후회 안해
최안나 이사는 29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실책이 많았던 임현택 회장을 넘어서 '최안나가 그리는 의협과 의료'를 실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바꾸자 의협, 살리자 의료', 최 이사가 내건 슬로건이다. 그는 "현재 탄핵 상황에서 안타까운 점이 너무 많다"는 말을 일성으로 터트렸다.
"임현택 회장이 당선될 때 내가 의협 비대위에서 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취임을 하기도 전에 신임 회장과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취임 이후까지 이어져 기존 의협 내부 정치가들은 임 회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손발을 묶고 끝까지 방해했다."
최 이사는 국립중앙의료원(NMC) 난임센터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의협에 들어오며 난임센터장 후임을 찾지 못해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최 이사는 의협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올바른 의료를 만들어간다는 가치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임현택 전 회장을 싫어하는 의사회원이어도 최안나의 진정성은 신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두고 나온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다만 올해 초 의료를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일념 뿐이었다. 이런 각오로 대통령 담화문을 듣고 후회없이 가운을 벗었다"며 "평생 일궈온 임상 터전을 뒤로하고 의협에 왔지만 실상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집행부에서 굉장히 많은 대책들을 강구하고 젊은의사 자문단을 제외하고도 직함을 달고 있는 의대생, 전공의가 10명이 넘는다. 여러 시도를 했지만 일부 세력들은 내부 정치를 위해 임현택이라 안 된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구상한 회무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끝난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임현택 전 회장을 옹호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의 잘못된 실책들을 나도 함께 비판하는 입장이다. 지난 선거에서 나는 임 전 회장을 뽑지도 않았다. 그러나 회원들이 뽑아놓은 집행부라면 일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올특위 해체 수순 제일 아쉬워…젊은 세대 중심 의협으로 전환 준비 중
그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해체 수순을 밟게 된 부분이 임기 중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시작도 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최안나 이사는 "임현택 전 회장 입장에서 올특위 구성 자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회장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책임만 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젊은의사들에게 위원장 직함까지 준다고 했고 의사결정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로 했다"며 "그런데도 구체적인 대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서 아쉽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올특위 당시부터 의협의 세대 교체를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었다. 젊은 세대가 의협 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배우고 의료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이런 꼭 필요한 회무들이 다시 가동될 수 있도록 회무의 연속성이 필요하다. 뭘 해보기라도 하고 탄핵됐으면 억울하지라도 않다"고 덧붙였다.
최안나 이사는 탄핵 이후 새로운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오히려 또 다른 내부 갈등으로 혼란만 가중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최 이사는 "탄핵 당시 많은 분들을 만났고 탄핵 이후에도 많은 의견을 들었다. 대부분 의견은 탄핵으로 내부 정치만 더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이 바닥까지 추락해야 변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에선 다른 어떤 후보가 들어와도 내외부적으로 모두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에 '수가협상을 통해 낮은 수가를 받아왔다'는 것이 포함된 게 기가 찬다. 이번 집행부는 그 어느 때보다 수가 협상의 불합리함을 외쳤고 내가 직접 수가협상장에서 이런 시스템에 동의할 수 없다고 소리친 사람이다. 그런데 이를 탄핵 사유에 넣는다는 것은 그 어떤 회장이 뽑히더라도 언제든, 다시 탄핵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전공의 의견 무시 안 했다…의대증원 강행 재발 방지 법제화 필요
최안나 이사는 집행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탄핵 사유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번 집행부는 그 어떤 때 보다 역대급으로 젊은 의사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상임이사 5명에 자문단, 직원까지 합치면 10명이 훨씬 넘는다"며 "휴학한 의대생도 2명이나 포함돼 있다. 임현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협을 위해서 다시 뭉쳐야 한다. 그래야 이 파국의 사태를 수습하고 제대로 된 의료의 미래를 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출마를 고민했다. 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이 있길 바랬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고 지난 6개월 동안 의협 내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이대론 안 된다'는 것들을 바꿔보고 싶다. '회장 리스크'하나로 이렇게 의협이 좌초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의정갈등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최 이사는 "더 이상 젊은 의사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 그들을 더 앞세워선 안 된다. 이젠 선배들이 정면에 나서 해결해야 할 때"라며 "2025년만 가지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향후 이런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화할 것은 확실히하고 구조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회장 탄핵과 관련해서도 그는 "절차상 대의원들에 의해 정당하게 이뤄진 탄핵이기 때문에 탄핵 과정을 존중한다. 다만 최근 많은 대의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탄핵 이후 대안이 묘연하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회장 리스크'가 크긴 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진심을 갖고 했던 회무들이 틀렸다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보인다. 임현택 전 회장의 그림자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회원들에게 최 이사는 "의협이 이대로 자멸할 순 없다. 이 판국을 국민과 정부가 얼마나 우습게 보겠나. 이러니 정부가 의협을 쉽게 보는 것"이라며 "기존 의협 정치 세력이 아닌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 내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큰 피해자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바로잡아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