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외과학회가 최근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4년제로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회가 전공의들의 사직 여파 등 중요한 이슈는 외면한 채,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논란만 키울 4년제 복귀를 언급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고대의대 비대위원장)는 4일 메디게이트뉴스 통화에서 “환자 치료에 핵심인 외과학회에서 전공의들이 떠난 지금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게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사직 여파와 관련한 논의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좌절했다. 신규 외과의사들이 배출되지 않을 엄중한 상황에서 학회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학회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1인 시위까지 계획했다가 “제 얼굴의 침 뱉기”라는 주변의 강한 만류로 포기했다.
박 교수가 주목했던 건 최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6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수술 건수 자료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올 2~7월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된 6대 암 수술 건수는 3만833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전공의들의 사직 여파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수술 건수의 감소는 환자들이 수술 타이밍을 놓칠 확률이 높아진단 걸 의미한다”며 “이런 위험성을 학회가 얘기해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기대와 달리 이번 학술대회에서 학회가 꺼내든 이슈는 전공의 4년제였다. 외과는 지난 2019년 전공의 수련 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전공의 수련 시간이 주당 60시간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절대적인 수련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4년제 복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학회가 사직한 전공의들을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얘기는커녕 갑작스런 4년제 복귀를 언급하고 있다며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3년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실제 개인 체감상으론 3년제 도입 후에 미용 분야로 빠지거나 중도 포기하는 전공의들도 더 늘었다”면서도 “최소한 3년제와 4년제에 대한 비교 분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단순히 수련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4년제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건 졸속 행정”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주 60시간으로 간다면 아예 3년차 전공의는 당직을 세우지 않고 완전히 교육 시간으로만 쓰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들이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계획 없이 4년제로 돌아가면 부려 먹을 사람이 다시 늘어나는 셈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