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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분주' 관행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 사건 전날 12월15일 무슨 일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 날짜별 재구성…의료진 3명 구속 기소, 4명 불구속 기소

    기사입력시간 2018-04-09 06:18
    최종업데이트 2018-04-09 11:23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건으로 구속된 의료진 3명과 불구속 기소 예정인 의료진 4명 등 총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 원인은 '분주'(주사제를 나눠서 투여하는 것) 관행에서 발생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미숙아 5명(이 중 2명은 쌍둥이, 쌍둥이 1명은 생존) 중 미리 분주해둔 주사를 맞고 12월 16일 4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경찰청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날짜별로 재구성해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12월 15일 오전 10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 A씨(전공의 강모씨)는 미숙아 5명(이중 4명이 피해자)에게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주사제)를 연속해서 처방(1차 처방)했다. 

    A씨는 앞서 14일 쌍둥이 김모 아기 2명에 대해 스모프리피드 투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나서 이 때 간호사에게 다시 투여하라는 재개 처방을 했다. 이는 중단 없이 투여받고 있는 아기들과 동일한 방식과 내용으로 처방해 ‘다른 아기들 교체시기(오후 5시)에 같이 투여하라는 것인지, 김모 쌍둥이 아기만 1차 처방 즉시 투여하라는 것인지, 2차 처방 즉시 투여하라는 것인지 불분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오전 10시 30분~11시 30분 5명의 아기에 대해 1차 처방의 부수적인 설명으로 스모프리피드와 다른 약물(TPN 등)의 혼합비율을 정하는 2차 처방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 B씨는 1‧2처방을 확인하고 투여시간이 불명확할 경우 처방한 의사에게 물어봐야 하지만, 의사 A에게 투여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B씨는 김모 쌍둥이 아기에게 즉시 투여할 스모프리피드 주사제를 준비하기 위해 주사준비실로 들어갔다. 
     
    11시 25분경 간호사 C씨가 주사준비실에서 스모프리피드 500ml 용기에 분주를 하기 위한 수액세트를 연결한 상태였다. 간호사 B씨는 11시 30분경 간호사 C씨가 연결해 놓은 분주용 수액세트를 이용해 스모프리피드를 주사기 2개(50ml 용량)에 분주해 쌍둥이 아기에게 직접 투여했다. 
      
    간호사 C씨는 곧바로 간호사 B씨가 사용한 분주용 수액세트를 다시 이용해 피해자 4명 포함해 아기 5명에게 투여할 스모프리피드를 주사기 5개에 분주했다.   
      
    오후 4시 30분 경 다른 간호사(불입건)는 간호사 C가 분주한 주사기 5개에 투여용 수액세트를 연결했다. 각 환아 담당 간호사가 이를 오후 5시~8시경 피해자 4명을 포함한 아기 5명에게 투여했다.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피해자 4명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같은 주사를 맞은 5명 중 김모 쌍둥이 아기 중 선둥이 1명만 생존했다. 

    12월 1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비롯한 이대목동병원 현재와 과거 의료진 등 65명을 조사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학회 등 전문기관의 감정과 자문을 37회 받았다. 피해자 진료기록, 과거 신생아중환자실 진료기록,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자료와 자체 규정, 병원 CCTV, 피의자 휴대폰, 의료기기 등의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서울에 있는 13개 상급종합병원과 비교·대조하는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2018년 1월 12일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결과에 따르면 신생아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패혈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3월 2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스모프리피드로 인한 감염으로 판단했다. 스모프리피드를 동시에 ‘분주’한 것을 원인이라고 봤다. 이는 주사준비실에서 스모프리피드 용기를 걸고 주사실린지에 나눠 준비하는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됐을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3월 30일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입건 조사 중이던 7명의 의료진 중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담당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 간호사 1명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료진에게 주사제를 오염시키는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重)하다는 이유였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교수 1명과 전공의, 간호사 등 3명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감염 관리 소홀에 따른 구속 수사까지는 불필요하다며 대상에서 제외됐다. 

    4월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3일 오전 10시부터 4일 오전 2시쯤까지 의료진 3명(중환자실장 조모교수와 박모교수, 수간호사 1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가운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간호사 1명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4월 6일 경찰이 분주관행으로 낳은 참사라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분주관행은 스모프리피드 사용지침, 질병관리본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침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결과, 분주관행은 1993년 이대목동병원 개원 당시부터 있었고, 의사 D씨(박 교수) 등이 ‘환아 1인당 1주일에 2병’만 처방하면서도 간호사에게는 매일 투여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1994년 주사제를 한병만 사용하고 남은 것을 폐기할 때까지 행정 지침을 바꿨지만, 이 병원은 관행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 이대목동병원이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준비하면서 인증기준인 ‘처방’과 ‘투약’의 일치를 충족하기 위해 의사 D(박 교수)‧의사 E(조 교수)는 처방을 ‘환아 1인당 매일 1병’씩 처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간호사에게는 변경된 처방에 따라 환아 1인당 1병씩 사용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오히려 간호사들의 분주관행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같은 원인으로 사건 발생시까지 분주관행이 유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2010년 처방이 1인당 매일 1병씩으로 변경됨에 따라 이대목동병원은 이 때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환아 1인당 매일 1병씩 사용하는 것처럼 청구했다. 그 전까지는 1인당 1주일에 2회만 청구하던 관행이 바뀐 것이다. 심평원은 청구하는 대로 모두 비용을 인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들은 오후 5시 투여 직전에 분주를 준비하던 것이 점차 시간이 앞당겨져 오후 1시경 분주를 준비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개봉 후 즉시 사용하라는 스모프리피드 사용지침, 질병관리본부 지침 등 위배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데이근무(오전 7시~오후 3시) 신입 막내간호사가 혼자 분주했다. 이 역시 주사 준비자와 투여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간호지침에 위배된 것이었다. 간호사는 지질영양제를 개봉해 주사기에 분주 후 상온에 보관했다. 이는 개봉 후 즉시 사용하지 않으면 냉장보관하라는 스모프리피드 사용지침을 위배하는 관행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신생아중환자실 내 오래된 위법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하며 오히려 악화시킨 관리․감독자의 중대한 과실, 환자 안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의사의 감염교육 등 미실시, 의료진 중 누구도 약물의 사용지침(주의사항 등)조차 읽지 않을 정도의 무책임한 태도 등에서 비롯됐다”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안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은 “실제로는 1993년부터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까지 25년 동안 지질영양제 1병으로 분주해 사용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환아당 매일 1병씩 투여하는 것처럼 처방했다"라며 "심평원에 7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사실을 확인해 심평원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했다. 
     
    4월 10일 경찰은 피의자 7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모두 기소의견(구속 3, 불구속 4)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 치사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형사소송법 제203조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05조에 따라 판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즉,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 수사기간을 가진다. 

    형사소송법 제92조에 따르면 공소제기 후에는 2개월간 구속된 채 공판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은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걸친 결정으로 갱신(更新)할 수 있고 갱신한 기간도 2월로 한다. 피의자는 최장 1심에서 6개월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 2심과 3심에서의 구금기간을 2차 갱신하는 경우 각 4개월간 구금될 수 있으므로 3심까지는 14개월까지도 구금될 수 있다. 일정한 사유로 인해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은 이 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한편, 의료계는 3일 구속영장 신청 직전에 3만2000명의 불구속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한의사협회장 최대집 당선인 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8일에는 의료계 대표자 300명 정도가 참여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같은 주사제를 맞은 5명 중 1명이 생존한 것으로 봐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스모프리피드 1인 1병에 대한 행정지침을 제대로 전달받은 적이 없다. 또한 감염관리의 책임은 현장의 의료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장과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 규탄 의료계 대표자 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