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신과 외래진료는 1주일에 2회로 횟수를 제한한다'
복지부가 고시한 건강보험 행위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상대가치점수에 명시한 것이다.
초발 정신병, 왕따, 학교폭력 피해자, 발달장애 환자,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우울증 환자도 1주일에 2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이를 지키지 않고 주 3회 외래진료를 하면 어떻게 될까?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면 진료비가 삭감될 것이고, 환자에게 임의로 비급여했다간 부당청구로 환수처분을 면할 수 없다.
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열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모든 코끼리를 냉장고에 우겨넣으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3회 외래진료하면 삭감되거나 임의비급여
이 교수는 "자살을 시도한 우울증 환자들이 자의 입원을 원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외래진료를 볼 수밖에 없고, 증상이 심하면 일주일에 세번도, 네번도 진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증도와 무관하게 2회만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왜 주 2회만 진료해야 하는지 의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고, 맹목적으로 25년 전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상열 교수는 "정신질환 역시 시기를 놓치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기준은 적정진료 원칙을 훼손하고, 비용경제적이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직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포함해 초기 집중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외래진료 횟수 제한을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정신과 면담에는 세가지 청구코드별 수가가 정해져 있다.
▲10분간 하는 지지요법(아-1-가) 1만 655원 ▲30분간 하는 집중요법(아-1-나) 2만 103원 ▲50분간 면담하는 심층분석요법(아-1-다) 3만 1292원
정신과 전문의가 50분간 심층분석요법을 해봐야 겨우 3만원이지만 10분간 지지요법을 5번하면 5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
"헌법소원, 인권위원회 제소해서라도"
이와 관련, 이상열 교수는 두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지지요법과 집중요법, 심층요법을 단순히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수가기준은 집중요법과 심층분석요법을 하지 말라는 구조라는 게 또 하나의 지적.
의사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수가의 단면이다.
이상열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가체계는 심층 치료를 하지 말라는 구조"라면서 "정신장애 중증도별 적정 진료와 수가를 위해 전체적인 진료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부가 정신치료에 대한 적정 수가를 보장하지 않으면 헌법소원과 인권위원회에 제소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