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가 총 55개 신약을 승인한 가운데, 절반 가량이 패스트트랙과 우선심사 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메디게이트뉴스 분석결과, 55개 의약품 중 기존 치료법과는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은 20개로 36%를 차지했다. 또한 절반에 해당하는 28개(51%) 신약이 희귀질환(미국 내 20만명 미만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미국에서 신약, 특히 희귀의약품을 승인 받는 데 신속 프로그램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FDA는 신약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패스트트랙(Fast Track)과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우선심사(Priority Review),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4가지 신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독 또는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은 CDER가 허가 신청서의 일부를 수시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토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고, 고위 심사관 참여를 포함해 약물 개발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지침을 받을 수 있다.
우선심사는 의약품이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고, 승인되면 중증 질환의 치료나 진단, 예방의 안전성 또는 효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지정된다. 일반적인 허가 심사 기간은 10개월인데, 우선심사 지정을 받으면 6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가속승인 프로그램은 미충족 의학적 요구에 대한 옵션을 제공하는 의약품을 기존 승인 경로보다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의미 있는 이점을 제공하면 선택할 수 있다. 단 가속승인 절차에 따라 승인되더라도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승인 후 연구가 필요하고, 이 연구에서 임상적 이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
지난해 승인 신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신속 프로그램은 우선심사로, 전체 55개 중 절반이 넘는 31개(56%)가 지정 받았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의약품 역시 25개(45%)로, 그 비중은 절반에 가까웠다. 혁신의약품 지정과 가속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각각 9개(16%)였다.
전체 신약 승인 55건 중 36건(65%)이 패스트트랙, 혁신치료제, 우선심사, 가속승인 중 하나 이상의 신속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가장 많이 사용된 조합은 패스트트랙과 우선심사로, 15건(27%)에 달했다.
FDA CDER 디렉터인 패트리샤 카바조니(Patrizia Cavazzoni) 박사는 "CDER은 많은 환자에게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검토 프로세스 효율성을 통해 이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경향은 2022년 발표된 논문 결과와 유사했다. 2008~2021년 승인 신약을 조사한 결과 56.8%가 단독 또는 다른 프로그램과 함께 우선심사를 사용했다. 이어 패스트트랙과 혁신치료제, 가속승인 순이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조합은 우선심사와 패스트트랙(18.2%)이었다. [관련기사=최근 14년간 미국 FDA 승인 신약들은 어떤 신속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했을까]
신속 프로그램 사용은 치료 영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종양학과 같은 일부 영역은 신속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했다. 또한 희귀의약품이 비희귀의약품보다 신속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했다. 연구팀은 희귀의약품 지정 의약품 수가 늘면서 신속 프로그램 사용 역시 계속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