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영국은 의료서비스 디지털화를 위해 다섯 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강력한 IT 인프라 구현, 전자의무기록 등 기본적인 통합 디지털 시스템 구축, 상호운용성 향상, 디지털화를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수립, 디지털 리더쉽 강화와 의료진·환자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 육성 등이다.
5일 국제기술협력단 국제협력사업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10년간 의료서비스를 디지털화 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지역 등은 범국가적으로 통합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이와 달리, 잉글랜드 지역은 지난 2011년 국가보건의료정보화사업(NPflT)를 폐지한 이후 디지털화 정책을 지역 단위로 분산해 추진하고 있다.
의료 디지털화 위한 인프라 구축·상호운용성이 과제
국제기술협력단 국제협력사업팀에 따르면, 영국은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다섯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 정책은 강력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영국은 안정적인 네트워크 연결과 충분한 데이터 저장공간 확보를 위해 강력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환경 구축, 상호연결성 향상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IT 인프라 구축, 데이터 통합과 데이터 저장을 위해 환자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 의료기관의 실시간 환자 데이터 접속·사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정책은 전자의무기록 등 기본적인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의료기관 사이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플랫폼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내외부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더나 사용할 때 제약이 발생한다.
영국은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구축이 헬스케어 서비스의 효율성과 유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전자의무기록, 전자처방전 및 전자진단 시스템, 환자·의료진·의료기기 등의 전자기록관리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완전한 디지털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정책은 의료 부문의 상호운용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영국은 서로 다른 IT 시스템 간 연결성과 데이터 보완성을 확보하는 것을 중점에 두고 데이터 표준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또 영국 전역으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방해 다른 어플리케이션과 플랫폼 간 데이터 공유·접근을 통해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네 번째 정책은 디지털화를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2018년 5월 유럽연합에서 시행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라 제 3자에 의한 개인정보 사용을 통제했다. 이에 따라 의료데이터 보안기능도 강화됐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NHS잉글랜드와 NHS디지털이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규범'을 제정하는 등 디지털화를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섯 번째 정책은 디지털 리더십 강화와 의료진·환자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 육성 방안이다. 영국은 의료서비스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진 리더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의료진과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화 추진 위해 자금과 전문인력 확보·리더십 필요
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의료 디지털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 정책과 실세 정책은 실제 영국 사회에서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Deloitte)가 영국 전역의 약 1500명 의료진과 의료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 전문 인력 고용, 리더십 구축에 큰 제약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한 지역별 또는 기관별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영국의 의료서비스 디지털화 구축은 국가 차원의 신속한 투자가 없다면 애초 영국이 목표로 한 2024년까지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의료서비스 디지털화가 느리고 비싸며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인공지능, VR·로보틱스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는 10% 미만인 것으로 조사돼 이러한 기술의 효율성과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에 가장 방해되는 요소로는 기술 비용(55%), 적합한 디지털 기술 파악(11%), 기술의 복잡성(10%), 관료주의(8%), 디지털 교육 및 훈련의 부재(6%) 등이 꼽혔다.
디지털헬스 분야 고위직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들은 영국이 디지털헬스 시스템 구축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며, 이를 위해 펀딩, 리더십, 상호운용성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