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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주목받는 의사발(發) 디지털헬스 벤처, 어떤 작품들이?

    의사간 온라인 상담서비스, 원격심장재활시스템, 원격ICU 등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기사입력시간 2019-08-29 06:59
    최종업데이트 2019-08-29 06:59


    #사례 1. 의사와 의사간 SNS상담 서비스

    지방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 나카야마(中山俊) 씨가 혼자 당직을 서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새벽에 20세 남성이 교통사고로 구급차에 실려 왔다. 부상 정도가 상당히 심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겨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은 건졌으니 정말 다행이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갑작스런 공포가 밀려왔다. ‘혹시 교통사고가 아닌 다른 질환의 환자였더라면?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응급환자였다면?......’
      
    이듬해인 2016년 나카야마 씨는 ‘안타큐에이(AntaaQA)’라는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론칭했다. 안타큐에이는 의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질환의 처치나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때 온라인상으로 해당 분야 전문의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실례로 당직근무를 하던 내과 전문의가 밤 11시에 AntaaQA에 “자궁근종으로 입원중인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라는 질문을 검진화상과 함께 투고하자, 곧바로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대응 방법이 쇄도했다. 방사선과 전문의도 AntaaQA에 올라온 화상을 보고 원인을 분석해 어드바이스를 해줬고, 이를 토대로 해당 내과 전문의는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카야마 Antaa 대표는 “AntaaQA는 의사와 의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함으로써 환자에게 보다 더 정확한 대응과 치료가 가능해지는 메리트가 있다”며 “또 의사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의 의료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AntaaQA에는 현재 내과, 외과 등 2000여명의 의사가 실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입은 무료다. 

     #사례 2. 심부전환자 재활 위한 ‘원격 심장 재활시스템’

    ‘리모 허브’라는 회사는 다니구치(谷口達典)라는 의사가 만든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다. 다니구치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심부전을 앓고 있는 한 80대 할머니의 치료를 담당하면서부터다. 손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퇴원한 이 여성은 1주일 후 심부전이 재발해 재입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심부전은 고령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재입원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5명 중 2명이 재입원한다고 한다. 한 번 입원하면 보통 1개월은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에게 주는 금전적인 부담도 크다.
     
    심부전을 비롯한 심질환 환자에게 심장 리허빌리테이션(rehabilitation. 재활훈련)은 필수적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주 3일 이상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재활훈련으로 재입원율을 39%나 줄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문제는 심장 재활훈련은 의료 종사자의 지도와 전문 기기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입원 환자의 경우 곁에 의료인과 재활 센터가 있어 훈련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외래 환자는 사정이 다르다. 퇴원한 환자의 재활훈련 지속율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재입원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한 다니구치 씨는 재택에서 원격으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7년 3월 선보인 리모허브의 서비스 ‘원격관리형 심장재활시스템’이 그것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환자의 자택과 의료기관을 연결, 의료종사자의 화상 지도 아래 집에서도 심장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환자는 웨어러블 심전계를 장착한다. 의료 관계자는 전용 앱을 통해 환자의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면서 운동 부하(負荷)를 조정한다. 에어로바이크를 이용해 30분~1시간 재활을 진행한다. 오사카대학 부속병원과 오사카급성기종합의료센터에서 중증도의 심부전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용화 실증 실험을 하고 있는데, 원격 시스템을 통한 재활 지속율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2021년 제품화가 목표이며 향후 고혈압이나 당뇨병, 투석 등 지속적인 의료종사자의 재활지도가 필요한 다른 질환으로 시스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니구치 씨는 인공지능(AI)이 환자의 운동 피로도와 부정맥을 판단해 운동조절을 지도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사례 3 의사 부족 ICU를 원격으로 지원

    집중치료 전문의인 ‘T-ICU’ 대표 나카니시(中西智之) 씨.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집중치료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화상 전화를 통해 집중치료 전문의의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격집중치료 지원서비스이다.
     
    일본의 경우 큰 사고나 중증 질환의 환자가 ICU(집중치료실,intensive care unit)에 입원하더라도 70%는 전문의의 손길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의 집중치료 전문의 수는 1600명. 의사 수가 부족하고 지역 편재도 심하다. 실제 일본의 전국 ICU가운데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은 300개, 전문의가 없는 ICU는 800개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원격집중치료를 도입 시행중이며 그 덕분에 사망률을 26%까지 낮췄다는 보고도 있다.
     
    ‘T-ICU’의 원격집중치료 지원서비스는 전문의가 없는 병원에서도 적절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시스템은 현재 월 90만 엔에 제공되는데, 집중치료 전문의를 고용하는 것에 비하면 비용은 8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1월 말 일본 도쿄에서는 경제산업성 주최로 ‘재팬 헬스케어 비즈니스 콘테스트 2019’가 열렸다. ‘재팬 헬스케어 비즈니스 콘테스트’는 디지털 헬스 기술을 활용해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의료에 적극 대응하자는 취지로 2016년 이래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콘테스트에서는 7개사가 최종 후보에 올라 뜨거운 경연을 펼쳤는데, 이번 콘테스트가 주목을 받은 것은 최종 후보 가운데 3곳이 의사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상기한 3개의 사례가 바로 의사가 직접 창업한 디지털 헬스 벤처들이다. 

    이번 콘테스트의 그랑프리는 아쉽게도 ‘의사 벤처’의 몫은 아니었다.

    ‘콘테스트 2019‘의 대상은 전자 복약지도기록 시스템인 ‘무스비’(Musubi. ‘묶다’는 뜻)가 차지했다. 2017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무스비는 종래 2시간가량 걸렸던 복약지도기록 업무를 2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록 시각을 줄이면 환자를 위한 복약지도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약사들의 업무환경도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Musubi는 태블릿 단말에 복약지도 내용이 제시돼 화면에 표시된 약의 설명이나 건강 어드바이스 중에서 환자에게 해당되는 내용을 설명하고 그 부분을 터치하면 자동적으로 지도 내용이 기록일지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예전처럼 복약 지도 후에 기록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 일지기록에서 누락되는 위험은 사라진다. 또 환자의 연령, 질환, 복약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을 위한 맞춤형 생활 어드바이스도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중증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