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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차단술에 ‘PDNB’ 없다고 7억대 거짓청구?…법원 “개별 진료내역 입증 부족”

    복지부, 신경차단술 청구 9978건 부당청구 판단…요양기관 146일·의료급여기관 124일 처분

    기사입력시간 2026-07-14 07:25
    최종업데이트 2026-07-14 07:2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부당청구가 의심되더라도 처분청이 개별 진료내역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특정 기재 누락만으로 대규모 거짓청구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정형외과의원이 진료기록부에 ‘PDNB(척수신경후지 차단술)’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경차단술 마취료 7억 7000여만원을 거짓청구한 것으로 본 보건복지부 처분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며 요양기관 업무정지 146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24일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달 12일 구리시에서 B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복지부 “신경차단술 시행 안 했는데 마취료 청구”…9978건 부당청구 판단

    복지부는 B정형외과의원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A씨가 실제로는 ‘척수신경총, 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척수신경후지’를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시행한 것처럼 마취료를 청구했다고 봤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요양급여비용 7억 3539만 3597원, 의료급여비용 4203만 441원이 거짓청구됐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내원일수 거짓청구 등도 처분사유에 포함했다.

    이에 복지부는 A씨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 업무정지 146일 처분과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24일 처분을 내렸다.

    쟁점은 B정형외과의원이 신경차단술을 실제 시행했는지 여부였다. 복지부는 조사대상 기간 동안 해당 의원에서 ‘척수신경총, 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척수신경후지’로 청구된 건 중 병원 데이터베이스에 ‘PDNB’라는 기재가 없는 9978건을 모두 실제 시행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했다.

    PDNB는 Posterior Division Nerve Block의 약자로, 척수신경 뒤쪽 가지를 차단하는 신경차단술을 뜻한다. 복지부가 이같이 판단한 주요 근거는 현지조사 당시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LA357(PDNB로 진료기록지에 기재)”라는 짧은 메모였다.

    복지부는 이 메모를 토대로 LA357로 청구된 신경차단술은 진료기록지에 PDNB로 기재돼 있어야 한다고 보고, 병원 데이터베이스에 PDNB 기재가 없는 9978건을 모두 실제 시행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했다.

    A씨는 진료기록부에 반드시 ‘PDNB’라고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복지부가 각 수진자의 개별 진료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특정 표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거짓청구라고 단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내원일수 거짓청구 부분도 단순 착오에 불과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 “의심 사정 있어도 처분청 입증 부족”

    법원은 우선 이 사건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사정은 있다고 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정형외과의원 내부 종사자로부터 “실제 실시하지 않은 신경차단술 코드를 진료차트에 기재하거나, 실비보험 한도에 맞춰 진료차트를 분리해 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취지의 공익신고를 받았다.

    공익신고자가 제출한 자료에는 한 수진자가 비만치료를 받았으나 실비보험 한도에 맞춰 진료차트를 2회로 분리한 뒤 신경차단술 등 내역으로 청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원은 신경차단술이 비만치료와 무관해 보이고, 실비보험 한도에 맞춰 진료차트를 분리해 급여를 청구하는 것은 대표적인 부당청구 유형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을 거듭 거부하고, 현지조사 과정에서 부당청구명단에 대한 소명도 거부한 점을 고려하면 마취료 거짓청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인 복지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공익신고와 소명거부 등 의심 사정이 있더라도, 업무정지 처분을 정당화하려면 복지부가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피고는 이 사건 메모에 근거해 조사대상 기간 동안 해당 의원에서 LA357로 청구된 건 중 병원 DB에 ‘PDNB’가 기재돼 있지 않은 9978건을 모두 실제 시행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했다”며 “이 부분 처분사유의 근거는 이 사건 메모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메모에 ‘LA357(PDNB로 진료기록지에 기재)’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기는 하나, 위 메모가 ‘PDNB로 진료기록지에 기재돼 있지 않은 것은 모두 LA357 급여비용 청구 관련 시술을 실제 시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PDNB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근거 없어…개별 진료 확인자료도 부족”

    법원은 해당 급여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반드시 ‘PDNB’를 기재해야 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봤다.

    A씨는 진료기록부에 주사치료나 통상 함께 시행하는 다른 치료방법 등을 기재함으로써 해당 시술행위를 표시한 경우도 있고, 복지부가 부당청구로 확정한 내역 중에는 실제로 진료기록부에 ‘PDNB’가 기재된 경우나 수진자로부터 신경차단술 관련 본인부담금을 받은 내역도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이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복지부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소명을 거부했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이를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복지부가 마취료 거짓청구 처분사유와 관련해 개별 진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조사대상 기간 중 실제 척수신경총, 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척수신경후지를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시행했다면서 마취료로 거짓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이 7억 3539만 3597원이고 의료급여비용이 4203만 441원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각 처분의 주요 처분사유가 되는 마취료 거짓청구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이상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