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과 병원 경영은 이율배반적인 관계다."
서울백병원 염호기 원장의 말이다.
염호기 원장은 11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춘계연수교육에서 '환자 안전과 진료효율의 우선 순위'를 주제로 강연했다.
대부분의 병원장들은 많은 환자를 빨리 진료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환자안전법이 시행에 들어갔고, 의료기관 인증평가, 의료질평가에도 환자안전과 관련한 조항이 다수다.
하지만 환자 안전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수가를 더 주거나 보상이 따르지는 않는다.
그는 "병원장들의 머리 속 맨 꼭대기에는 수익에 대한 생각이 90% 쯤 되고, 환자 안전은 밑바닥에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의 질을 올리려면 비용이 증가하는데 그렇다고 돈이 벌리지는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행위별수가체계는 환자 안전과 상충된다.
쉽게 말해 한번 수술할 것을 두 번하고, 병원 감염이 발생해야 진료수입이 증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염 원장은 "환자 안전은 병원 경영과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병원 경영진은 환자 안전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의사들을 평가할 때에는 '진료성과' 잣대를 들이댄다.
환자 안전을 위해 투자한다고 해서 수입이 늘어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를 무시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염호기 원장은 "의료사고가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면 환자가 감소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면서 "10년 후 병원 선택 기준은 안전과 의료의 질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