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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의료연구소, 명인제약 '이가탄' 논문에 의문 제기…"효능 입증하기에 턱없이 부실"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 접수…명인제약에 이가탄 효능 입증여부 공개적 논의 요구

    기사입력시간 2019-12-23 11:11
    최종업데이트 2019-12-23 12:01

    사진: 명인제약의 이가탄 광고 화면 캡처. 광고 하단 자막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논문을 직접 확인해보라며 논문 출처까지(Hong at al. BMC Oral Health (2019) 19:40) 소개하고 있다(자료=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가 명인제약 '이가탄'의 효능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광고의 근거 논문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가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허위·과장광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제기한 한편, 이가탄의 효능 입증에 대해 근거 논문 공개 논의를 요구했다.

    연구소는 "최근 부실한 임상 논문을 근거로 들거나 임상 논문의 연구 결과를 벗어나서 마치 임상 효능이 입증됐다고 의료식품과 일반의약품을 광고하는 행위에 제재가 연이어 내려지고 있다"면서 "알츠하이머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던 한독 '수버네이드'가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듯 식품이나 일반약 광고의 근거가 되는 논문의 상당수가 부실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명인제약은 11월 11일, 새해를 향한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새로운 TV CF를 공개했다.

    이 CF는 유명 연예인의 호소력 있는 연기를 통해 이가탄을 광고하고 있으며, 2019년 3월 국제저명학술지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임상시험이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당 논문: Hong, J., Lee, J., Choi, S. et al.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center study for evaluating the effects of fixed-dose combinations of vitamin C, vitamin E, lysozyme, and carbazochrome on gingival inflammation in chronic periodontitis patients. BMC Oral Health 19, 40 (2019)

    연구소는 "의약품에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문 용어가 포함돼 있고 더군다나 영문으로 작성된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텐데,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직접 논문을 확인해보라고 하는 것은 명인제약이 이가탄의 효과가 해당 임상 논문에 잘 반영돼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이에 이가탄 CF 광고에서 권유하는 대로 해당 논문의 원문을 확보해 자세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주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매우 황당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인제약이 TV CF를 통해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임상시험을 통해서 입증됐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임상시험은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부실한 연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학술지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의 개요
     
    사진: 이가탄 임상시험 논문 초록(자료=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의 제목은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이가탄의 효능에 대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비, 다기관 연구'다. 이 연구는 BMC Oral Health에 2019년 3월 게재됐고, 해당 학술지의 2018년도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IF)는 2.048이다.

    연구는 100명의 만성치주염 환자를 대상으로 3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됐으며, 1:1의 비율로 대조군과 실험군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총 연구 기간은 8주였고, 첫 4주 동안에는 실험군만 이가탄을 복용했으며 나머지 4주 동안에는 대조군과 실험군 모두 이가탄을 복용했다. 

    연구의 일차 목표는 잇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치은염 지수(Gingival Index, GI)의 변화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GI가 높을수록 잇몸 상태가 나쁨을 의미한다.

    최종 93명(대조군 45명, 실험군 48명)이 연구를 마쳤다.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 GI가 감소돼 개선 효과가 있었다. 4주 후 GI의 평균 변화는 대조군과 비교할 때 실험군에서 의미 있게 감소했다. 연령, 성별, 방문 차수 등의 변수를 보정한 모델에서 실험군에서 대조군보다 2.5배 GI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이가탄이 치주염증을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으며, 명인제약은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만성치주염에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을 정말 입증했을까?

    연구소는 "논문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번 임상시험은 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으며, 이가탄의 만성치주염에 대한 탁월한 효능을 입증했다고 주장하기에는 그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 오류를 하나씩 짚었다.

    첫 번째로 이 연구는 실패한 지방 임상 연구(Delayed-start study design)라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 Table 2(자료=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연구 설계는 정확하게는 '지발 임상연구'다. 두 그룹 가운데, 한 그룹은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지만, 다른 그룹의 경우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연구 설계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은 첫 4주 동안은 위약을 복용했지만, 나머지 4주 동안에는 실험군과 같이 이가탄을 복용했다. 

    위 사진의 Table 2에서와 같이,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는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 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다. 그러나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고 4주 경과 후부터 8주까지의 4주 동안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4주째 1.01점에서 8주째 0.9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 연구 설계에서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4주 늦게 이가탄 복용을 시작했더라도 처음부터 복용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효과를 보였어야 했다.

    두 번째로 연구 시작부터 대조군과 실험군 간에 출발선이 달랐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연구소는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과 실험군에 속한 연구 대상자의 기본 특성은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어야 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치료 시작 전 주요 평가 지수도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어야 하며, 무작위 배정을 했더라도 두 그룹 간에 차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가장 중요한 일차 변수인 GI에 대해 통계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연구 시작 전 대조군의 GI는 평균 1.00점이었으며 실험군의 GI는 평균 1.19점이었다. 

    이는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잇몸 상태가 더 안 좋았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두 그룹 사이에서 치료 시작 전 GI가 19%만큼 차이남에도 이번 연구는 두 그룹 간에 기본 GI가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운 좋게 실험군의 GI가 평균 1.19로 형성돼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두 집단의 GI수치가 비슷한 4주차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거기서 두 군 모두 4주간 이가탄을 복용했음에도 8주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의 변화를 나타내지 못했다.

    연구소는 "실험군에서 기준에 비교해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는 실험군의 기준 GI가 유독 높았기 때문으로 실험 디자인상의 문제는 없으나 우연오차에 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조군과 실험군은 치료 후 치은염지수(GI)에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연구 시작 4주째, 대조군과 치료군 두 그룹의(between the groups) 평균 GI는 각각 1.01점과 1.02점으로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단지, '실험군 내(within the group)'에서의 GI는 기준 점수(1.19)와 4주째 점수(1.02)를 비교했을 때만 통계학적 의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연구 목적인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비교(between the groups)가 아니므로 임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두 그룹 간 4주째 GI의 원래 '절대 수치'가 아닌 '변화값(Δ baseline – 4 weeks)'을 비교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0.01점이 증가했으나 실험군에서는 0.18점이 감소해 통계학적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연구 목적을 달성해 임상적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소는 "하지만 두 그룹 간의 잇몸 상태가 처음부터 달랐을 가능성과, 4주째 절대 점수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변화값의 비교만으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과거 대웅제약 우루사가 TV 광고에서 간수치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한 경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두 그룹 간 '간수치' 비교에서 유효성이 없게 나오자, '간수치 변화율'을 비교해 유효성을 있는 것으로 결론이 바뀐 경우다"고 덧붙였다.


    여러 중대 오류에 효능 증명에 한계 있음에도 탁월한 효능 입증 홍보…식약처에 민원 접수

    연구소는 "명인제약은 이가탄 임상 논문을 근거로 TV CF광고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가탄을 복용하면 잇몸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면서 "명인제약이 임상시험이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이번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은 연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해당 논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중대한 오류를 지니고 있으며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이렇게 부실한 논문을 근거로 TV CF광고가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잇몸 질환에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임상 연구를 통해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여겨 이가탄 TV CF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소는 "근거 논문의 내용이 이가탄의 효능을 정말로 입증한 것인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명인제약에 요구한다"면서 "명인제약의 주장대로 효능이 정말로 입증된 것이라면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가탄의 효능을 더 확실히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