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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은행(IB)에 근무하는 유일한 의사... '헬스케어 금융전문가' 꿈꾸는 신한금융투자 한종수 부장

    [의사들의 비임상 진로 가이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도전…바이오·헬스케어 기업 CEO들과 전략파트너 되겠다"

    기사입력시간 2022-04-13 08:42
    최종업데이트 2022-04-14 11:54

    의사 출신 신한금융투자 한종수 수석매니저(부장)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투자은행(IB)에서 일하는 의사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사가 '여의도'로 상징되는 금융권에 진출한다면 어떤 역할을 할까. 엑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탈(VC) 심사역으로 진입한 의사들이 여럿 늘어난데 이어 유일하게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에서 일하는 의사도 생겼다.

    바로 지난해 3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한종수 신한금융투자 바이오헬스케어 인더스트리팀 수석매니저(부장)이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바이오회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쳐 자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IB행을 택했다. 

    IB는 예금이나 대출을 제외한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여러 대형투자자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금융상품 발행을 돕고 이를 투자자에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한종수 수석매니저는 "바이오헬스케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CEO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 파트너가 돼서 상시로 일이 생길 때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국내 유일하게 IB에서 근무하는 의사...기업의 금융상품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 

    -의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증권가, IB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투자은행(IB)은 투자를 주업으로 하지 않고 기업금융을 담당한다. 회사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한다. 가령 펀드를 만들어 직접 투자하는 것은 VC(벤처캐피탈)나 PE(사모펀드)가 하지만 IB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금융권에서는 역할에 따라 크게 바이사이드(Buy side)와 셀사이드(Sell side)로 나눈다. 전체 금융업계에서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VC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등 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상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사이드라고 한다. 

    반면 셀사이드는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입장에선 보통주도 팔 수도 있고 옵션으로 전환사채 상품을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 IB는 회사를 상대로 금융상품을 만들고, 수수료를 대가로 회사와 투자자를 연결한다.

    상장 대기업들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1000억원부터 1조원 이상의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자금조달 행위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대한 간결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IB는 여러 대형투자자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금융상품 발행을 돕고 이를 투자자에 판매한다. 

    -현재 IB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알려달라

    IB에서 다루는 금융상품은 ECM(Equity Capital Markets, 주식자본시장), DCM(Debt Capital Markets, 부채자본시장),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M&A 크게 4가지다. ECM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DCM은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의미한다. 가령 삼성전자의 3년, 5년 만기 회사채 등을 발행하면 투자자가 이자를 받으며 사간다. 주로 교직원 공제회, 보험사, 우정사업본부 등 큰 규모의 자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우량기업이나 제약회사도 주로 대웅, 종근당 등과 같은 상위권 상장사들이다.   

    회사채는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일정수준이 있어야 하는데,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는 회사는 ECM에서 자금조달을 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통주 주식 자체를 파는 것을 유상증자라고 한다. 전환사채, 교환사채는 옵션이 붙어있는 채권인데 신용도가 높게 나오지 않는 회사는 이를 이용한다. 가령 이익이 나지 않고 규모가 크지 않은 바이오기업의 경우 전환사채를 이용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캐피탈 회사나 자산운용사같은 투자자는 여기에 참여한다.
     
    IPO도 원래는 ECM의 일종이다. ECM은 시가총액이 1조인 회사가 20%의 주식을 팔면 2000억원의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IPO는 아무리 조용히 진행하더라도 투자자도 섭외하고 공시도 해야 한다. 하지만 IPO를 통해 기업이 처음 시장에 등장하는 만큼 자본시장에서 개인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IPO자체가 오래 걸리는 습성이 있어서 ECM과는 따로 분류한다. 

    M&A는 우리나라에선 사례가 많지 않지만 중요하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가 10조원에 어떤 기업을 인수한다면 현금으로 사는게 아니라 5000억원 정도를 넣고 나머지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는 매우 큰 이벤트가 된다. 

    -4가지 영역에서 IB입장에서 수익률은 어떻게 되나

    IB입장에선 보통 난이도가 높은 순으로 수수료가 높아진다. DCM, ECM, IPO, M&A순으로 수수료가 높다. 보통 신용등급이 매겨지면 금리가 정해져 있고 회사채를 발행하면 수수료가 정해진다. ECM을 진행할 때 회사의 주식을 팔다 보면 시가총액이 형성돼있지만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에너지가 들어간다. IPO는 첫 등장을 하다 보니 어렵고 M&A는 전체 회사를 관할한다는 측면에서 절차 자체가 복잡하다. 인센티브는 보통 투자 수수료에 따라 팀 단위로 배분된다.  

    증권가, 바이오헬스케어 전문성 살리려 의사·약사 등 전문가 채용 시작  

    -IB에서 의사를 채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IB는 그동안 대기업의 자금조달을 주업무로 삼고 대기업의 성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러나 ICT, 헬스케어, 그린에너지 등 성장산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당 분야의 IB 거래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각 산업의 성장스토리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분야에 의사, 약사, 박사 등 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됐고 해당 산업군에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찾기도 한다. 딱히 의사만 찾고 있지는 않다. 

    신한금융투자 인더스트리팀에는 ICT, 바이오헬스케어, 그린에너지 등 세 가지 산업 영역이 있고 산업전문가가 함께 한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를 뽑는다면 의사나 약사가 가능하고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전문가라 판단해 뽑기도 한다. 

    증권가에서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2017년 3월부터 삼성증권의 IPO 담당자으로 일한 분이 있다. 바이오 시장도 좋고 전공자다 보니 IPO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다. 다른 증권사에도 약사 출신과 박사 출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의사 채용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융권, 그중에서도 IB에 발을 디디게 계기는 무엇인가

    의대를 다닐 때부터 비임상 진로에 관심이 많았다. 연세의대에 입학했을 때 본과 4학년 선배들이 '의사들은 이제 망했다'고 했다. 그렇게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했다. 보험제도에 관한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2 방학 때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해보고 본4 때 경영학회 활동도 했다. 경영학회 활동을 하면서 실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졸업 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6개월, 선교병원에서 6개월 일했다. 선교병원조차 자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돈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미국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기업 싸이퍼롬 창업자인 서울의대 정보의학실 김주한 교수와 함께 2~3년 가량 회사 설립 작업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4년 정도 일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벤처기업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해볼 수 있었고 커머셜본부에서 비즈니스 개발을 맡아보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에는 2021년 3월부터 일을 시작해 1년이 됐다. 금융권 취업을 위한 네이버카페에서 활동했고 이와 별도로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고 회사로 오게 됐다. 
     
    -의사가 금융권에 진입하면 회사는 어떤 반응이고 어떤 역할을 부여하나.   

    VC에 의사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IB에는 내가 유일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회사는 헬스케어 전문가로서 의사를 뽑아서 IB딜(deal)이 잘 되기를 바란 것이고, 나는 IB딜이 잘 되게 하라는 큰 명제 안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많은 기업들이 돈을 안정적으로 벌고 있지는 않아서 ECM, IPO를 주로 다루게 된다. 내가 직접 대표나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딜을 따기도 하고 회사 내 다른 팀과 동반 영업을 하기도 한다. 수임 이후에는 해당 딜에 직접 참여해 실사, 가치평가 등을 수행한다. 산업전문가로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가치 있을 만한 산업동향이나 시장 정보 등을 항상 공부하고, 보고서나 구두로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전달하면서 영업의 물꼬를 트고자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우량 제약사나 대기업 대상으로 상시적인 관계를 맺으며 유의미한 IB딜이 나올 경우 우리 회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7~8일 대전에서 19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참여한 ‘제1회 신한 헬스케어 포럼’을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IB를 보면 JP모건, 시티은행 등은 각종 기업의 CEO가 서로 와인파티를 하면서 CEO를 상대로 전략적인 자문을 한다. IB와 기업 간의 인간적인 유대 뿐만 아니라 기업이 IB를 전략적 논의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모습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양측이 동반자 관계가 되면 M&A 딜을 수임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기회가 창출된다.

    지금은 이러한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해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의 반응을 봤을 때 전달하는 정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면 자사의 전략적 고민을 공유하는 편이다. 아직까지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다고 판단해 이러한 영업방식을 계속 전개해볼 생각이다. 

    CEO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 파트너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IB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바이오헬스케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CEO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 파트너가 돼서 상시적으로 일이 생길 때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외에는 헬스케어 영역에 IB전문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산업 성숙도나 규모 차원에서 헬스케어 IB전문가는 아직 없다.

    앞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우리나라에 없던 IB 내 헬스케어 금융 전문가 모델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파이도 커지고 후배들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전문가의 역할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 후에도 헬스케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만약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이 금융권으로 진로를 희망한다면.  

    우선 본인의 전문성을 잘 쌓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의사라는 이유로 지원서를 받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전문성은 전문의여야 된다거나 박사여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회사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 자신만의 ‘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여의도 주식회사에서는 다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일단 경력이 거의 없거나 적더라도 IB에 진출해 상품을 만들고 투자를 배우면 금융권 어느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기업에 맞는 수준을 익히고 PE나 VC, 대기업 진출도 다 가능하다. 애널리스트 역할도 가능하다.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금융권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은

    지금도 미래가 두렵고 불안하다. 이 불확실한 과정과 동반되는 두려움을 미리 알았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의로 정 안되면 점이라도 뺄 각오로 시작했을 뿐이다. 그 누구도 확실성을 대답해줄 수는 없다.

    비임상을 하겠다는 의사나 의대생들은 직업성 안정성을 생각하기보다는 항상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이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자세다. 자신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수동적이라면 금융권은 물론이고 어떤 분야에서라도 의사가 좋게 평가되지 못해 후배들의 앞길을 막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불안정성이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각오로 도전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