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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6년 전 동의보감의 막강 영향력

    한약은 왜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안받을까?

    정부, 조선시대 9개 한약서 처방에 검증 면제부

    기사입력시간 2016-02-13 09:31
    최종업데이트 2016-02-15 16:48



    잘못 조제된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만성 신장질환 진단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한약도 의사들이 처방하는 의약품처럼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한약의 부작용으로 만성 신장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과 관련, 한의사와 한의원 본사에 대해 1억 9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한약재 납품업체가 한의사가 주문한 한약재와 다른 약재를 공급했고, 한의사 역시 신장을 손상시키는 한약재가 섞여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환자에게 한약을 복용하도록 하면서 초래됐다.
     
    결국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유사 사건으로 인해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12일 "의약품은 임상시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있고, 이를 통해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게 된다"고 환기시켰다. 
     
    임상시험은 해당 의약품의 체내 분포, 대사 및 배설, 약리효과와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등을 뜻하며, 보건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 신약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의협은 "이와 달리 한약은 이와 같은 임상시험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할 개연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면서 "한약도 반드시 임상시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자 봉지에 표시된 원재료명 및 함량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과자 한 봉지에도 원산지, 성분, 용량을 표시하는데 환자 치료에 쓰이는 '약'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 평가 없이 처방을 허락하고, 국민의 세금인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비상식적 행위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협의회는 "법원이 한약 복용에 따른 신부전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탕전실의 한약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한의사와 한의원업체 뿐만 아니라 식약처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법령을 보면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은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의무가 없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의약품 품목허가 또는 품목변경허가를 받거나 품목신고 또는 품목변경신고를 할 때에는 ▲기원 또는 발견 및 개발 경위에 관한 자료 ▲구조결정, 물리화학적 성질에 관한 자료 ▲안정성에 관한 자료 ▲독성에 관한 자료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약전에 실려 있지 아니한 의약품 중 한약에 관한 기준(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실려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은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경악전서, 의학입문, 제중신편, 광제비급, 동의수세보원, 본초강목과 같은 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에 해당하는 품목(처방량, 적응증, 복용법, 제조방법 등이 모호하거나 미기재된 품목인 경우 한약서 중 유사처방을 적용할 수 있는 품목을 포함한다)은 안전성·유효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동의보감은 406년 전, 방약합편은 132년 전, 향약집성방은 583년 전, 경악전서는 379년 전, 의학입문은 441년 전, 제중신편은 217년 전, 광제비급은 226년 전, 동의수세보원은 122년 전, 본초강목은 422년 전에 지어진 고서적이다.
     
    과학적 근거가 불명확한 수백년 전 한약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유사처방이라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부가 공인해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한의사가 '한방항암제'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투여하면서 언론을 통해 '말기 백혈병을 73% 완치한다'고 말해도 약사법 상 규제도, 허위광고로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는 지난 1월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의 검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인 최원철(한의사) 단국대 부총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청주지법은 "최 교수는 한의사로서 현행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넥시아를 조제한 것일 뿐 일반의 수요에 응하기 위해 제조, 판매한 것은 아니다"면서 "넥시아는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임상시험 등의 절차가 요구되는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 주장의 핵심은 한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었지만 법원은 한 교수가 약사법 규정에도 없는 한약 임상시험을 요구하며 최원철 부총장에게 '사이비 의료인' '죽음의 공포로 환자들을 우려먹는 사기꾼' 등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는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는 점을 들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검증 안된 한약을 세계화하겠다는 정부

    이런 이유로 인해 정부의 한의약 육성대책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2차에 걸친 한의약육성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총 1조 7천억여원을 투자해 한의약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약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조차 검증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한의약을 세계적인 수출상품으로 키우겠다며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세계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의협은 "한의약의 표준화 및 과학화를 위해 한약의 임상시험 및 독성검사 의무화와 함께 한약분업을 시행해 한약의 부작용을 관리하고 오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