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여성 의사 수가 많아져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성 의사들이 거센 항의와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차관은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며 "여성의사 비율의 증가, 그 다음에 남성 의사, 여성의사의 근로 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여성 의사 수가 많아져서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사실상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보다 근로시간이 적다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자의사회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성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의료계 내 성 평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여성 의사들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하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시각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여자의사회는 "의료계는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며 "여성 의사들 역시 어떤 성별적 편견 없이 자신의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의사회는 “여성 의사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도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성별 간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노력에도 역행한다”라며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전문성, 경험, 그리고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 능력 평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박민수 차관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라며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 내에서도 성별에 기반한 차별 없이 모든 의사가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조해야 할 복지부 차관이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해 근거도 부족한 여성 의사에 대한 차별과 비하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 박 차관의 그릇된 인식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박 차관의 발언은 의료계의 업무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발언의 근거로 인용한 연구(Cooper et al. 2002)는 각 전문 분야에 따라 의사 인력의 생산성에 대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의료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 전공의들이 밤을 지새우며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 의사의 존재가 외과 의사의 정원을 몇 배로 늘려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인가? 여성이어서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비하는 열악한 필수의료 현장 속에서도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는 많은 여성 의료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의사회는 "복지부 장관, 차관은 공식적인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양성평등기본법에 반하는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국민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국 여성 의사들과 여성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