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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건보 지출 증가, 고령화 아닌 의원급 가격 상승 때문…묶음 지불제·성과기반 보상제 도입해야"

    권정현 연구위원, 행위별 수가제로 동네 병원의 과잉 진료 유인 지적…일차의료 주치의 역할 유도 주장

    기사입력시간 2025-04-21 15:10
    최종업데이트 2025-04-21 15:10

    사진=권정현 연구위원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빠르게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고령화'가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증가' 요인을 꼽았다.

    KDI는 우리나라의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동네 병원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역할보다 상급종합병원과 경쟁하며 과잉 진료를 제공하게 된다며, '묶음 지불제'와 '성과기반 보상제' 등을 도입해 의원급이 일차의료 ‘주치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연구위원은 'KDI FOCUS'에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권 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2019년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09년 대비 28% 증가했는데, 이 중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를 설명해 기여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확인된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수량 요인의 변화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14.6%를 설명하며, 인구 요인은 전체 진료비 증가의 8.6%만을 설명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화에 기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지출 증가요인임은 사실이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및 이용 증가 정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격 요인의 기여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확대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0% 이상이 의료서비스 가격의 상승 때문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권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는 가격 요인에 대한 점검이 효과적인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가격 증가가 의료비 지출을 견인하고 있을까?

    권 연구위원은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8.7%를 설명해 가장 주요한 영향 요인"이라면서 "반면, 입원서비스 수량 요인은 2015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7.7%를 설명할 정도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후에는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에는 24.2%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급의 가격 증가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요인이었다.

    권 연구위원은 "2019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는 2009년 대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를 설명해 가장 기여도가 큰 요인으로 확인된다. 다음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 요인(17%)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14.6%)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물론 고령화도 의료비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권 연구위원은 고령 인구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개선, 즉 건강한 고령화로 그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봤다. 

    75세 미만의 전기 고령자를 중심으로 수량 요인의 기여도 하락과 그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세 완화가 확인되면서, 건강하고 의료서비스 이용 행태에 차이가 있는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고령층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가 둔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및 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다만,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이미 설정된 가격을 책정·지급하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원급 ‘동네 병원’이 일차의료의 역할보다 상급 의료기관과 경쟁하며 과잉 진료를 제공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 및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예방과 관리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주치의’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및 상담, 예방, 관리를 포괄하는 서비스에 대해 보상이 어려워 의료서비스 공급자에게 일차의료 기능 수행 유인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권 연구위원은 "증가하는 만성질환 대응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예방 및 관리의 포괄적인 기능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 환자 관리에 따른 성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묶음 지불제도 및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활용해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