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은 막을 수 없다며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빠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이 발표됐다.
이번 실행방안에는 그간 의료계가 반대해 온 비급여 관리 강화 및 실손보험 개편 방안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계가 요청해 온 의료사고안전망 방안에는 필수의료에 한해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 기소를 자제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정작 의료계가 요청하고 지난해 정부에서도 화답했던 '의료사고 형사처벌특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19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 시급한 현안 중심의 개혁과제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이어 새로운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실행방안에는 ▲지역의료 강화 및 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지역 2차 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공정 보상 확립을 위한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의 합리적 개선 ▲환자-의료진 모두 신뢰하는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 3대 구조 개혁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기피와 지나친 개원 쏠림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의료개혁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구조 개혁"이라고 언급하면서 "지역병원의 획기적 역량 강화, 의료체계 왜곡을 막는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2차 실행방안이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추진
먼저 '역량있고 신뢰받는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에는 지역 2차 병원이 기능에 맞추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질개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시작으로 여건에 맞춰 포괄·거점화 또는 전문화하면서 필수의료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는 ▲적정 진료 ▲진료 효과성 강화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의료 문제 해결 ▲진료협력 강화의 4대 기능 등 포괄적 진료역량을 갖추고, 응급 등 필수기능을 수행하는 '포괄2차 종합병원'을 적극 육성한다.
이를 위해 3년 간 2조원을 투입하고, 투입 금액의 30% 수준은 성과를 지원하여 의료 질을 높이고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가치에 대한 보상을 더욱 두텁게하고, 지역수가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일차의료 의원 육성을 통해 질병 예방 및 통합·지속적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통해 예방, 건강관리, 치료 등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진료가 가능한 일차의료를 육성할 예정이다.
지역 내 진료협력, 인력 공유 강화를 통해 지역 여건에 맞는 지역완결 의료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지역 내 진료협력 체계 및 인력 공유를 활성화하고, 지역의료지도에 기반한 지역수가를 본격 신설해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관리급여', '병행진료' 강화로 비급여 관리체계 강화…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합리화
일찍부터 의료계의 우려를 샀던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도 공개됐다.
정부는 꼭 필요한 치료적 비급여는 급여화하고 과잉 우려 큰 비급여는 가격·진료기준 설정 등 별도 관리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가 예고한대로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가격과 진료기준을 설정하고 일반적 급여와 달리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신의료기술 평가 도입 이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통해 사용 목적, 대상, 방법 등 사용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안정성·유효성이 부족한 비급여는 퇴출 기전도 마련한다.
미용·성형목적 비급여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불필요하게 급여를 병행하는 경우 등에 한해 급여 제한도 확대한다.
정부는 또 비급여 모니터링 및 투명한 정보공개로 비급여를 적정하게 관리한다.
실손보험은 적정 보장을 위해 급여 본인부담분에 대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입원의 경우, 중증이 많아 의료비 부담은 크고 남용 우려는 낮으므로 기존 4세대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급여 본인부담금에 대해 20%의 자기부담률을 유지하나, 외래의 경우, 급여 본인부담의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여 본인부담 기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또 기존 4세대 실손보험은 단일한 비급여 보장 특약만을 제공하였으나, 이번 개혁을 통해 비급여에 대해 중증/비중증 특약을 구분해 가입자가 비급여 보장 여부뿐만 아니라 비급여 보장범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비중증 비급여 특약의 경우, 과도한 보상으로 실손보험이 의료체계를 왜곡하거나 보험가입자에게 과도한 보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기부담률(현 30%) 상향, 보장한도 축소 등 보장을 합리화한다.
의료사고 설명 및 소통 활동 법제화…의료사고 책임보험 의무화, 중대하지 않은 과실은 기소 자제
'환자-의료진 모두 신뢰하는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에는 의료사고 예방 및 소통 활성화를 통해 환자-의료진 간 신뢰를 강화하고 분쟁조정제도 혁신 등을 통한 조속한 분쟁해결을 지원한다.
앞서 예고한 것처럼 정부는 의료사고 초기 환자-의료진 간 신뢰 형성과 갈등 증폭을 막기 위해 의료사고 설명 및 소통 활동을 법제화하고 설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감 표현 등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나아가 의료사고 감정과 조정‧중재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에 대한 지적에 따라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조력하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고, 의료인 복수·교차 감정을 도입하고 감정위원 풀을 대폭 확대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민 옴부즈만'을 설치한다.
의료사고 책임보험 의무화와 공적 배상체계 도입도 예고대로 진행된다.
정부는 모든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동시에 필수의료 특별배상 등 공적 기능이 강화된 보험상품 등을 개발해 신속·충분한 배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필수진료과 보험료는 국가가 지원하고, 향후 필수의료 특별배상 신속 도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불가항력 분만 사고 보상 심의 기능만을 담당하던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책임보험 상품 및 국가재정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의료인 사법 리스크 완화 대책에는 의료계, 수요자,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위원회는 사실조사 및 의학적 감정에 기반해 수사와 기소의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심의위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최대 150일 이내에 필수의료 및 중대 과실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며, 심의 기간 중 소환조사를 자제하는 것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심의위는 중대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는 수사 기소 권고하되, 중대하지 않은 과실은 기소 자제를 권고해 수사‧기소 결정의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수사 등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나아가 정부는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사고로 인한 상해 정도가 아닌, 엄격한 처벌이 필요한 중대 과실 의료행위 중심 기소체계로 전환을 추진한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고 회피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고 결과가 아닌 원인 행위의 책임 정도에 따르는 '의료사고 특화 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사고 특화 사법체계’는 피해에 대한 충분한 실체 규명과 보상 여건을 전제로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경상해에만 적용하는 반의사불벌 범위를 중상해까지 확대하고 사망사고는 중대성을 고려해 필수의료에 한정해 반의사불벌을 폭넓게 인정한다. 사망사고, 중대 과실 범위 등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건강 보호 등 고위험 수반 필수의료는 공익성을 고려해 강화된 사법보호를 적용한다. 다만, 필수의료의 개별·구체적 판단은 의료사고심의위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에 한해 단순 과실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하여 형 감경/면제 등을 적용한다.
한편, 애초 정부에서 제안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법'에 대한 내용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