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사무장병원 직원들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지불의무는 근로계약이 의료인에 의해 성립돼 있다고 해도 사무장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무장병원 개설이 의료법에 의해 무효가 된다고 해도 사무장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지급의무는 성립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병원 근로자A가 사무장 B를 상대로 낸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무장B는 제약회사를 퇴사한 후 경매를 통해 아내의 명의로 병원 건물을 매수했다. 이후 B는 해당 건물에 의료장비 등 의료시설을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2명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2014년 9월 의사들의 명의로 C병원을 개원했다.
B는 약 1년간 C병원 총괄이사로 활동하면서 의사들의 인장과 병원 계좌 통장을 소유하고 병원 수익금을 사용했다. 또한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해왔다.
그러던 중 임금이 체불되자 근로자 A는 B를 상대로 임금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계약서 상으로는 의사가 사용자로 A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B가 실질적으로 의사들과 근로자들을 채용했고 병원의 실경영자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원심을 판결한 전주시방법원은 B의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무장병원이 의료법에 의해 불법이기 때문에 병원의 실질적인 B의 임금 지급의무도 효력이 상실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의사와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B가 C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였다"며 "이 때문에 B와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은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임금과 퇴직금 지급의무는 처음부터 B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의사와 B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에 위반돼 뮤효가 된다고 해도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B는 2017년 7월 임금을 체불했다는 이유로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실질적인 근로계약 체결자인 의사도 함께 기소됐지만 의료인들은 B의 피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