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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간호사 9명 임신 초기 가혹한 노동강도에 유산‧심장질환아 출산…대법원 “산재 인정"

    산모-출산아 분리되더라도 요양급여 수급관계 지속…“의료기관도 근로자를 보호했어야”

    기사입력시간 2020-05-10 09:57
    최종업데이트 2020-06-22 10: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면 출산아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환송했다.
     
    앞선 원심판결은 유산한 간호사에 대해서만 신체의 완전한 손상으로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반면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에 대해선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출산아는 간호사와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출산아의 질환으로는 요양급여가 제공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병원 간호사 15명은 공통적으로 2009년에 임신해 2010년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고 5명은 유산하게 됐다.
     
    이에 가혹한 간호사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노사 간 쟁점으로 붉어졌다. 간호사들은 임신 초기 의료기관 내 가혹한 노동강도와 태아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로 인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측은 요양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업무상 재해는 의료기관 종사자 본인에 한해 적용받을 수 있어 간호사의 자녀에 대한 산재보험법 적용은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사건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원심을 판결한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질병이 의료기관 종사자인 간호사들의 질병이 아니라는 점과 간호사와 출산아가 각자 별도의 인격체라는 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 재판부는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병원 근로자인 원고들의 질병은 아니다"라며 "출산아와 원고들을 같은 인격체로 볼 수 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간호사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대법원은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봤다. 즉 의료기관이 다양한 위해요소로부터 여성 근로자를 충분히 보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간호사와 태아를 다른 인격체로 봐야한다는 원심 판단도 철회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은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며 "따라서 법 해석상 태아는 모체와 한몸, 즉 단일체로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더라도 이미 성립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여성 근로자는 출사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돼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의료기관의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