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 환우회인 파브리코리아가 4월 파브리병 인식의 달을 맞아 '파브리병 치료 현황과 질환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 현황,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고 파브리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환우와 가족 총 58명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 결과 파브리병 환우와 가족 중 95%가 ‘유전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생 치료의 심리적 부담’으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67%로 높게 나타났으며 28%가 ‘약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파브리병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환우들은 치료의 어려움뿐 아니라 유전 질환에 대한 죄책감이나 심리적 부담을 겪고 있다.
파브리병 치료로 인해 일상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는 ‘병원 방문 등 치료를 위한 시간 투자(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한달에 2번 병원에 방문(65%)’하고 있었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방문 주기로 ‘최소 1개월 간격(39%)’ 또는 ‘2개월 간격(36%)’을 꼽았다. 파브리병 치료는 효소대체요법(ERT)과 경구용 치료제 복용이 있다. 주사 투여 방식인 효소대체요법을 위해서는 2주에 1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경구용 치료제는 60일에 1번 병원에 방문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
파브리병 증상 발현 후 치료까지 ‘평균 약 15.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만 20세 이전에 증상이 발현(58%)’됐다고 답했으며, ‘만 40세 이후 치료를 시작(59%)’했다고 답했다. 파브리병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합병증 발생 감소(43%)’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일상생활 유지(28%)’, ‘통증 감소(17%)’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70%가 파브리병 외에 ‘동반 질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동반 질환으로는 심장질환(32%), 신장질환(20%), 안과질환(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파브리병 환우들은 가장 선호하는 치료 방식으로 ‘경구제’를 꼽았다. 경구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89%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8%가 주사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17명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큰 이유로 ‘보험 급여 규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41%)’이라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파브리병의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대다수가 ‘심각한 증상 발생 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험기준(81%)’을 꼽았다. 실제 국내 파브리병 치료제의 보험급여 조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의 보험 급여가 2차 치료제로 허용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호주에서도 2차 치료제로 돼 있었으나 4월 7일 급여 기준이 확대되며 1차 치료제로 허용됐다.
파브리코리아는 “이번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74%가 치료에 제약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장기여행’을 꼽았다. 통증도 문제지만,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 학업이나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며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고 병을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는 환우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전질환과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무엇보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