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 80시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근무 여건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근무표를 허위로 작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대한병원협회는 7일 '2015년도 병원신임평가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병원신임평가 설명회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것은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였다.
복지부와 병협, 의협, 전공의협의회 등은 2013년 수련환경 개선대책 8개항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은 △최대 연속 수련시간(36시간 초과 금지, 응급상황시 40시간까지 가능) △응급실 수련시간(12시간 교대, 예외시 24시간 교대) △수련 간 최소 휴식시간(10시간) △휴일(월 평균 주당 1일) △주당 최대 수련시간(4주 평균 80시간+교육 목적 8시간 연장 가능) △당직일수(주3일 초과 금지) △휴가(연가 14일) △당직수당 등 8개 항목을 준수해야 한다.
병협은 이날 설명회에서 올해부터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반을 별도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병원신임평가를 할 때 학회 위원 1명을 추가해 수련규칙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면 올해는 학회 위원 2명, 행정위원 1명으로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반을 별도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평가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전공의 면담과 같은 다양한 평가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게 병협의 방침이다.
전공의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가 제식구 감싸기식이라는 비판을 의식한조치로 풀이된다.
수련병원 관심사는 페널티
그러나 수련병원들의 관심은 수련규칙을 이행하지 않으면 실제 페널티를 부과하느냐로 쏠렸다.
S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당직일수에 맞게 당직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 수련병원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느냐"면서 "전공의 정원을 산정할 때 이런 위반사항을 반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B수련병원 관계자는 2017년까지 수련규칙 이행을 유보하는지, 아니면 올해부터 페널티를 부과하느냐고 물었다.
E수련병원 관계자는 "페널티가 있어야 수련환경이 개선될 텐데 지금처럼 하니까 죽도 밥도 안되고, 거짓으로 전공의 근무표를 작성하는 수련병원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전공의 근무 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실제 근무일수와 휴가 등의 자료를 정확하게 기재하도록 하되, 2017년까지는 전공의 정원과 연계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련규칙 준수 여부와 전공의 정원을 연계한다고 하니 자꾸 근무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2017년까지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그러자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정원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규칙 이행 여부와 전공의 정원을 연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당직수당, 전문간호사 증원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수련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병협 관계자는 "수련규칙 이행 여부를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지만 아직 어떤 페널티를 줄지 논의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병협 측은 "수련규칙 이행과 전공의 정원을 연계하겠다고 하니까 지난해 제대로 된 자료를 내지 않았다"면서 "사실대로 근무표 자료를 제출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에 반영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하지 못하자 요구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아마 올해에는 외부 요인에 의해 정원에 반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관계자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대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걸 막고 있다고 해서 막아질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근무표가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 분명하면 정확한 데이터를 내고, 그렇지 않으면 사실과 다른 데이터를 낼 수 있다는데 공감하느냐."
병협 관계자가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평가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1.4%가 주당 80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근무시간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고, 8.9%는 근무시간이 오히려 늘었다고 답변했다.
전공의 44.5%는 수련병원의 압력으로 수련현황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