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로 2024년 3분기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숫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7.5% 수준인 단 66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상급종합병원에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선지급과 비상진료체계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같은 기간 환자가 늘어나면서 일반의 채용을 300% 이상 늘리는 등 사직 전공의들을 흡수하는 모양새다.
6일 메디게이트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종별 의료인력 현황’ 자료를 입수해 2023년 3분기와 2024년 1분기, 2024년 3분기 종별 일반의,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인력 신고 현황을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종합병원, 병원의 전문의 숫자는 올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있기 전인 2023년 3분기와 의대 정원 증원 발표가 있던 2024년 1분기,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4년 3분기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정부의 전문의 채용 독려에 따라 올해 1분기 1만3923명에서 3분기 1만4415명으로 전문의 숫자를 492명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동기 전문의 숫자가 1만4255명인 것을 고려하면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공의의 숫자는 지난 2월 정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인턴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3분기 2134명이었으나 올해 1분기 1149명에서 3분기에는 37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3분기 상급종합병원에 남아있는 인턴의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7%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종합병원은 지난해 3분기 1028명에서 올해 1분기 355명으로 감소한 이후 3분기에는 96명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레지던트 숫자는 지난해 3분기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6887명이었으나 올해 1분기 6056명으로 소폭 감소한 이후 가장 최근인 3분기에는 단 624명만이 병원에 남아 근무 중이었다.
종합병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830명에서 올해 1분기 2204명으로 소폭 감소한 이후 3분기에는 505명으로 감소했다.
전공의가 거의 없는 병원급도 지난해 42명의 레지던트가 파견돼 근무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9명, 3분기에는 20명만이 병원급에 남아 근무 중이다.
이처럼 2월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에 따라 전공의 숫자는 종별을 가리지 않고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3분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친 전공의 숫자가 8821명이었는데 올해 3분기 인턴은 2097명, 레지던트는 6263명이 줄어들면서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숫자는 지난해 7.5% 수준인 661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상급종합병원을 빠져나간 인턴과 레지던트들은 어디로 갔을까.
종별 의료기관의 일반의 신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의 대다수가 종합병원과 병원급의 일반의로 유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합병원은 지난해 3분기 일반의 채용인력이 209명이었고, 올해 1분기까지만해도 191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3분기에는 일반의 채용인력이 689명으로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병원 역시 지난해 3분기 일반의 채용은 213명이었고, 올해 1분기에도 205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3분기에는 일반의 채용이 731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상급종합병원도 지난해 3분기 135명의 일반의를 채용하고 있었다가 올해 1분기 219명, 3분기 223명으로 일반의 채용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정부는 전문의를 채용할 것을 독려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일반의와 PA간호사(진료지원간호사)를 대폭 채용해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들은 줄어든 진료량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건보 재정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반면 로딩이 심해진 상급종합병원을 대신해 종합병원과 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환자 포션을 가져가면서 이들이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전공의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이 돌아가기 때문에 전공의 이탈로 인한 피해가 없었고, 늘어난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이탈한 전공의들을 일반의로 채용해 병원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향후 전문의로 육성 돼야 할 전공의들이 병원급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면서 정작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를 수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채용된 사직 전공의들은 현실에 안주하기 쉽기에 다시 수련의로 돌아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는 기존의 전문의, 교수들이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차대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지 못하고 일반의로 안주하게 되면 필수의료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모 종합병원 관계자는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환자가 늘어나면서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우수한 전공의 인력을 골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현 사직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할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당장 대학병원으로 달려갈 생각이 있는 이들은 애초에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병원에 일반의를 지원하는 전공의들 보면 현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 불만이 크거나 정부에 반감을 가진 이들로 수련병원에 돌아가 다시 수련할 뜻이 없어 보였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전공의 구직자로 일반의 연봉이 하락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전문의 배출 감소에 따라 전문의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커 일희일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