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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없다고 무너지는 ‘소아진료’…전문의 중심 전환 필요

    대형병원, 전공의 인력 의존한 기존 시스템 한계 봉착...전담전문의 채용 통한 의료질 개선 계기 삼아야

    기사입력시간 2022-12-19 13:23
    최종업데이트 2022-12-19 13: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가천대길병원이 전공의 수급난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재 소청과의 위기를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 변모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저렴한’ 전공의 인력에 기대 운영하던 대형병원들의 소아진료 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의료질과 전공의 수련 질을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병원들이 입원·응급·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과 제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원병동·응급실·당직 등 맡아왔던 전공의...지원율 급감하며 기존 체계 '빨간불'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 진료는 외래환자의 경우 전문의인 교수들, 입원환자는 전공의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청과 역시 입원병동, 응급실 등에선 교수들의 지시 하에 전공의들이 큰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시스템이 가능했던 건 그간 전공의 수급에 별 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만 해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113.2%로 10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전문의 대비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체계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고질적 저수가에 더해 저출산 기조,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코로나19 등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전공의들은 소청과 선택을 기피했다.
     
    2021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37.3%로 급격히 줄어든 지원율은 2022년도 27.5%로 더 낮아졌고, 2023년도 모집에선 급기야 10%대(16.7%)까지 떨어졌다.
     
    소청과 지원자가 0인 수련병원들이 줄을 이었고, 이 같은 상황이 지난 몇 년 간 지속되면서 대형병원 소아진료의 큰 축을 담당해왔던 전공의 인력의 씨가 말랐다. 기존 전공의들은 물론이고 교수들까지 당직에 뛰어들면서 구멍을 메꿔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소청과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등으로 시스템 전환 필요...정부 '인건비' 지원 나서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피교육자’이기도 한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대형병원들의 기존 진료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병원들이 입원환자들을 전담해서 보는 입원전담전문의 등을 채용함으로써,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고 의료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한석 병원장은 “소아환자는 성인환자와 달리 의사의 손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른 과와 달리 의사가 담당하는 환아가 10명 정도만 되도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며 “그 동안은 전문의의 3분의 1, 4분의 1 수준의 비용 밖에 들지 않는 전공의 인력으로 감당해온게 사실인데 더 이상은 그런 시스템이 통할 수 없는 시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입원환아 수는 줄었지만 환아들의 중증도는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감기나 장염 환자가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이 중심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전문의가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번 기회에 전문의가 담당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인건비 부담으로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소청과의 경우 타 과에 비해 낮은 수가로 병원들이 전문의 추가 채용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방법도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의 경우 연봉이 세전으로 2억이 훨씬 넘는걸로 아는데, 이런 사람들을 병원당 2~3명씩 채용하려면 병원으로선 한 과에 인건비를 8~9억 가량을 지불해야 하다보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입원진료 수가가 입원전담전문의의 급여를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은데, 현재 소아입원환자 수가는 그걸 감당할 수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 시에 입원전담전문의 기준이 있지만 과목 제한은 없다. 병원으로선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은 소청과에 입원전담전문의를 뽑아줄 유인이 없는 셈”이라며 “정부가 입원전담전문의 임금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청과 특성 고려한 전담전문의 제도 마련 주문...전공의 지원율 긍정 영향도 '기대'
     
    현행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성인 환자를 기본으로 상정해 마련됐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에 소청과학회 등 전문가들은 소청과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전담전문의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현재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한 병동을 다 전문의가 보는 시스템인데 소아에는 맞지 않는다. 또, 중요한 부분이 소아중환자실인데 현행 제도에선 중환자실도 빠져있다”며 “소아의료에 적용이 가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형병원들의 전문의 채용이 활발해질 경우, 소아 의료질 제고뿐 아니라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 완화, 일자리 창출 효과 등으로 이어져 전공의 지원율에도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나 회장은 “전문의가 늘어나면 전공의의 업무 부담이 줄고 수련 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입원전담전문의 등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전공의들로서도 미래의 선택지가 많아질 수 있다. 실제로 교수를 지망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젊은 의사들 중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