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마약류 의약품이 사망한 환자 210명의 명의로 7297개가 처방된 사실이 적발됐다. 마약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사망자 마약류 처방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123개의 의료기관에서 사망자 210명 앞으로 졸피뎀, 펜디메트라진, 로라제팜 등 마약류 의약품 41종이 처방됐다. 조제·투약한 마약류 의약품 처방 건수는 무려 743건, 의약품 처방량은 총 7297개였다.
의약품 처방량은 요양기관 별로는 의원이 366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종합병원급 이상은 1456개, 요양병원과 병원은 각각 1343개과 809개였다. 특히, 의원의 경우 처방건수는 92건으로 가장 적었지만 마약류의약품은 3660개 처방돼 처방 1건당 평균 40개 꼴로 의약품이 처방됐다.
환자 사망 이후 처방 보고된 마약류 의약품의 상위 10위 처방전을 살펴보면,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이 1204개로 가장 많았다.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은 1059개, 우울증 치료제인 로라제팜이 856개 처방됐다. 특히, 졸피뎀은 정신 장애와 환각, 간 손상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의존성이 강해 과다복용하면 중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의료인이 사망자 정보를 이용해 허위로 의약품을 처방해 조제 또는 투약보고를 했다면, 의료인은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거짓보고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사망자 이름으로 처방된 마약류 의약품은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가 커서 철저한 현장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 사람이 처방받는 양이 하루 투약 가능한 용량을 뛰어넘은 사례도 있었다. 마약류의약품가 오남용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김모(35)씨는 처방기관 한 곳에서 106일 동안 프로포폴 1만5260㎖를 처방 받았다. 이는 하루에 프로포폴 7.2개를 처방받은 셈이다. 졸피뎀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오모(34)씨는 처방기관 세 곳에서 하루에 46.6정에 해당하는 졸피뎀 총 4940정을 처방받았다.
김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 불법유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보건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식약처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사망자 개인정보를 사용해 허위로 처방한 건이 실제 있었는지 해당 의료기관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사망자를 이용한 마약류의약품이 처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약처가 행정안전부 사망자DB를 적극 활용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프로포폴과 졸피뎀의 경우 이전부터 부작용과 오남용 등으로 문제돼 왔다. 이 의약품의 환자 1인당 처방량은 심각한 상황이다. 식약처가 과도한 마약류의약품 처방과 오남용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제도시행 초기 단계로 취급·제조일자를 보고일자로 잘못 보고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마약류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시행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