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으로 소아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한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현재도 소아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아과가 소아 진료를 포기한다는 소식에 부모들의 불안은 증대되고 있다.
오랜 수련 시간을 거쳐 소청과를 업으로 삼았던 의사들이 소청과 탈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배경을 살펴봤다.
2022년 출산율 0.78 추정…아동 인구 감소 속 코로나19 이후 진료 건수 46.7% 감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저출산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16년부터 2020년 동안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연평균 10%, 출산율은 연평균 8%씩 감소했다.
올해 2월 통계청의 잠정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출산율은 0.78명으로 예상된다. 2021년 출산율 0.81명에서 더 떨어진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 인구수도 자연 감소하고 있다. 만 0세~19세까지 아동 수는 2010년 1200만 명에서 2020년 800만 명으로 연평균 2.7%씩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보장연구부의 ‘한국의 소아청소년과 진료비 경향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후 모든 진료과 중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건수 감소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전체 진료과의 진료 건수는 2019년 대비 14.3% 감소했는데, 소아청소년과 진료 건수는 46.7% 감소했다. 전체 진료과와 격차가 3배 이상 차이 난 것이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전체 진료과는 진료비가 0.5% 증가한 것에 비해, 소청과 진료비는 26.6% 감소했다.
보고서는 "소아청소년과 환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흡기계 질환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내분비‧영양 및 대사질환과 주산기 관련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원급 소아청소년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흡기계 질환 비중의 감소와 생활방역의 습관화로 인해 의원급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5년 간 소청과 개원 519곳, 폐업은 550곳…전공의 지원율도 2023년 15.9% 뚝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아청소년과의 같은 기간 소아청소년과의 폐업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공개된 '요양기관 개‧폐업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개설된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의 수는 519개였고,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수는 총 550곳으로 폐업한 병·의원의 수가 더 많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개설된 병의원 수는 2018년 122곳, 2019년 114곳, 2020년 103곳, 2021년 93곳, 2022년 87곳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폐업한 소청과 병‧의원의 수는 2018년 121곳, 2019년 98곳, 2020년 154곳, 2021년 120곳, 2022년 5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 이후인 2020년 이후만 살펴보면 개업은 287곳 폐업은 15%(44곳) 더 많은 331곳이다.
이처럼 미래가 암담하다 보니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2020년에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각각 80%, 74%로 집계됐다. 당시에도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2021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38%, 2022년에는 27.5%, 그리고 2023년에는 지원율이 15.9%로 처참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소청과 전문의 10~30%, 타과 학회 수련…요양병원, 통증 클리닉, 미용으로 이동 준비
물론 소청과의사회가 폐과를 선언했다고 해서 전국의 소아과 병‧의원이 사라지거나, 소청과 전문의 배출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청과 개원의들은 더 이상 소아 진료만을 하면서 의원을 운영할 없기에 소아 진료가 아닌 성인 진료 영역으로 이동하겠다고 '폐과'라는 다소 극단적인 단어를 써서 표현한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의 노키즈 존으로의 탈출은 과장이 아니다. 소청과의사회는 활동 회원 약 3000명 중 90%가 이미 폐업했거나 소청과 간판만 유지한 채 성인 환자를 진료하는 등 소아 진료를 포기했고 '노키즈 존'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내과, 통증의학과, 피부과 등으로 개원하기 위해 타과 학회 수련을 받는 경우는 10~30%에 달한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트레이닝 센터를 통해 요양병원에서 촉탁의로 근무하거나, 미용 또는 통증 클리닉 등 소청과 의사들이 원하는 진로로 전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