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에서 열렸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헬스케어 포럼 열풍이다.
강연자들은 기존에 없던 의료를 소개하고, 병원의 가까운 미래를 제시한다.
일반적인 의료인이 과연 알까 싶은 EHR, IoT, BIG DATA, WATSON이 헬스케어 포럼에서는 항상 단골 주제다.
이 전문 용어들을 합한 빈도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혁신'이란 단어다.
포럼 때마다 족히 수백 번은 듣는 것 같다.
'혁신'이라는 단어만큼 사람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듣고만 있어도 행복한 미래를 가깝게 만들고, '잭팟(JACKPOT)'을 안겨줄 것 같다.
이 단어는 '묘하게' 사람을 굴복시키기도 한다.
'혁신적이다'라고 불리는 사업 모델을 배짱 좋게 '노'라고 태클 걸기란 쉽지 않다.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진보를 가로막는 사람이 되는 것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최고가 아닌 차선책을 강요하는 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사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의료라는 영역은 (교육이 그렇듯)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비용 역시 '공공의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래야 한다는 것이니, 가짜 공공 의료를 표방하는 국내 환경을 투영시켜 분노하는 독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헬스케어 포럼에 가면 의료혁신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것 같고, 원격의료를 막기란 어려워 보인다.
실제 관련 종사자를 만나보면 어떤 사람도 원격의료 사업을 회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출발 시점에만 이견을 보일 뿐이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산업화의 진행에 저항하는 의사는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곧 들이닥칠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의사들이 저항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도 한다.
그리고 대세는 기울었으니 막지 말고 편승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의료 공급자(의료인)와 소비자(환자) 모두가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하는 상황, 소위 '비즈니스가 되는'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다고 해서 그것이 꼭 긍정적인 가치 창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의료라는 영역에서는 말이다.
대중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혈압약을 타기 위해 지방에서 새벽부터 챙겨 서울까지 올라오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비용과 편의성, 그리고 본인의 주관적 신념 때문에 어설픈 의료와 타협하는 환자도 있다.
방임해도 좋을 의료 기술의 발전과는 달리, 의료 혁신의 방향에서 의사들이 넋 놓고 펌프질만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의료 산업의 강력한 비즈니스적 요구에, 재정부담을 느끼던 무책임한 정부가 뜻을 같이하면 의료의 하향 표준화가 눈 앞에 펼쳐질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는 무엇보다 '의학적'인 면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의사는 헬스케어의 코어다"
최근 인터뷰를 했던 한 임상의는 "의사는 헬스케어의 코어다"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인데도 계속 곱씹게 한다.
의사가 '코어'인 것은 산업에서 의료적인 니즈를 단순히 캐치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사가 헬스케어 산업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건, '의학적인' 적합성을 필터링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의료는 의학적이어야 한다.
모럴 해저드를 막아줄 최소한의 법률조차 '나의 아름답고 찬란한 미래를 가로막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순간, 의사는 헬스케어의 코어가 아닌 그냥 비즈니스의 어딘가 쯤에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