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재부에 제출한 혁신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모든 기관이 공공의료 서비스 감축과 대폭적인 인력 감축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184명이나 인력 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공약으로 내세운 필수의료 확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월 12일 조규홍 1차관(현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주재로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배경 설명, 가이드라인 주요내용 및 향후 일정 등을 공유’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복지부 산하 19개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중, 복지부 산하 8개 공공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이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단계적으로 감축되는 인원은 231명으로 나타났다.
인원 감축 계획에 가장 많은 수치를 보고한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건보공단은 총 184명을 인력 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 중 82명은 재배치, 102명은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건보공단은 일부 기능도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감염병 상황보고 등 대응 기능과 건강플러스센터 운영, 비상대응체계 구축 관리, 임시시설 물품지원,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 감염관리수당 지급관리, 정신의료기관 운영지원 기능을 축소한다.
또 보장성 사업 단계적 완료를 계획 중인 초음파·등재비급여 급여화, MRI 급여화 등의 인력도 줄여 이른바 '문재인 케어'도 일부 축소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7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은 코로나19 손실보상 기능을 비핵심 기능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이 기능은 아예 폐지하기로 했으며 의료급여 장기입원 퇴원지원 및 의료급여사례관리단 운영은 건보공단으로 이관시킨다. 비급여의 급여화 기능도 함께 축소된다.
공공의료의 핵심 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도 기재부의 압박을 피해가지 못했다. 매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총 28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축소되는 기능은 진료 분과의 '필수 중증의료 제공'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필수기능 유지를 위해 의사직은 줄이지 않기로 했지만, 일반직 중에서도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5급과 6급에서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1·2급에서 감축 대상은 없다.
이 밖에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5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오송의료재단은 기초연구R&D사업 기능을 축소하기로 했다.
인력 순감은 없지만 이번 계획으로 타격이 큰 곳은 국립암센터다. 국립암센터는 당초 34명의 인력을 충원하려고 했으나, 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충원 계획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계획으로 인한 공공의료기관 인력 감축은 저소득층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같은 기능을 적은 인력으로 수행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공공성도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앞서 나열된 공공의료기관 중 국립중앙의료원 등은 직무성과급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공공기관 혁신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더 많은 검사를 유도하거나 비급여 치료를 제안하여 공공의료가 돈벌이 의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정애 의원은 “공공의료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보건복지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각자도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혁신계획안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