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의사단체에 ‘특권의식’에 감싸여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국민을 향한 도 넘은 언행이 지속된다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에서 국민 동의를 이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15조’의 진료 거부 금지 조항을 언급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재차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3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중대본 제2총괄조정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6개 수련병원 자료 미제출, 94개 병원 78% 사직서 제출…수업 거부 11개 대학
이날 복지부가 2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확인한 전공의 집단행동 현황에 따르면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명령 예정인 6개 병원을 제외한 94개 수련병원의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8.5% 수준인 8879명으로 전부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9.4%인 7863명으로 확인됐다.
시정명령 예정인 6개 병원은 복지부가 요청한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육부가 22일 기준으로 1만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의대생 집단행동 현황에 따르면 총 12개 대학에서 49명이 추가로 휴학 신청을 했고, 1개 대학 346명이 휴학을 철회했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11개 대학으로 파악됐으나 해당 학교가 학생 면담과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25학년도 학생 정원 배정 절차 진행 상황도 공개했다.
현재 교육부는 22일자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40개 대학에 시행했다. 대학의 정원 증원 신청을 3월 4일까지 받아 추후 대학별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으로 나타났다.
박 차관은 “정원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우선 고려하되,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 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그리고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40건이었다. 수술 지연은 27건, 진료 거절은 6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입원 지연은 3건이었다.
그는 전공의들을 향해 “지금 환자 곁을 떠나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그러한 고통을 되돌아봐 주시기를 바란다. 즉시 복귀를 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대전협이 요구했던 7대 요구조건의 상당 부분이 정부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대화의 장에 나와 주시고 속히 복귀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의사단체 향해 “국민 건강 위협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어”
박 차관은 이날 지난 20일 저녁에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의사단체 측 패널이 ‘국민은 반에서 20등 내지 30등 하는 의사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했다.
박 차관은 “지역인재 전형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지역의료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라며 “지역의 소중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이 제도를 실력 없는 의사를 만드는 제도로 폄하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이는 국민 정서와 매우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 위에 의사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의사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그 곁을 지켜주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를 수 있는 의사다. 좋은 교육과 좋은 실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정립돼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가 국민이 원하는 좋은 의사다”라며 “생활 속 경험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가벼이 여겨 주기 마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사단체의 엘리트 지위와 특권의식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의사단체는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박 차관은 “의료법 제15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국민의 생명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업무개시명령은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적법한 조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단체는 국민과 정부를 향한 도를 넘는 언행을 이제 그만 멈춰 주시기 바란다. 이런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많은 의사들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것이다”라며 “의사단체의 이런 발언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과 수가 인상 등에 있어서 어떻게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의사단체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가 2021년 기준으로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건수 6113건으로 의사 업무량이 세계최고 수준인 반면, 근무시간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 고령화에 따라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숙련된 의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 초진 환자, 병원급으로 전면 허용…처방 제한 의약품, 약배송 제한은 그대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결정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묻는 질문에 박 차관은 “안전을 이유로 처방 제한이 걸린 의약품은 그대로 제한된다. 약 배송도 현재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데 이것도 유지된다”며 “다만 의원급 원칙, 월 진료 횟수 제한, 재진 원칙 등의 제한은 다 해지된다. 안전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규제가 모두 풀린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비대면 진료는 6개월 내 동일 기관에서 진료한 기록이 있을 때를 ‘재진’으로 판단해, 재진 중심으로 환자를 운용하고 있다. 다만 휴일과 야간 시간에는 그러한 제한을 풀고 초진도 허용하고 있다.
그는 “물론 개원가의 동참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병원급 의료기관도 허용되기 때문에 병원급 중 경증 외래 진료를 많이 하는 기관은 여기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대한간호협회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반 간호사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떠맡고 있다며 불법 진료에 내몰린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데 대한 복지부의 입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비상 시기라고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운영돼야 한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라며 “법적 보호를 요청했는데, 의료기관장 책임하에 각 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회색 부분들이 있다. 이는 기관장 책임하에 분명하게 법을 지켜가면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