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3월 건물에서 추락한 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하는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것을 알리며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했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응급환자를 직접 대면한 뒤 적절한 조치를 한 게 아니라 기초적 1차 진료도 하지 않고 필요한 진료 과목을 결정한 후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판결이 ‘모든’ 응급의료센터 운영 병원이 ‘모든’ 환자를 최종치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이 무턱대고 환자를 받는 건 오히려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최종진료를 행하는 배후 진료과 자원이 부족할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몇 년 전 근무 중이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판례가 쌓이면 나중에는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급실 의사나 병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권역센터나 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될 때 해당 기관은 정부에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고 일종의 계약서를 맺는다. 운영 계획서에는 중증환자에 대한 수용 대책 등이 들어간다”며 “쉽게 말하면 병원이 한다고 서약하고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문제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정부와 병원이 가능하다고 입맞춤을 해놨다는 점”이라며 “모든 환자를 다 받을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걸 알면서도 병원은 센터로 지정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고, 정부는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승인을 해줬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병원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종 치료 인프라 개선과 1339 재건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분리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정비를 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영영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장중첩 진단을 받은 환아가 수술도 못받고 응급실에 누워있으면 무슨 응급치료가 필요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응급치료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따진다면 논의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최종치료 책임을 응급실에 떠넘기는 건 잘못됐다"라며 “최종치료를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 그리고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한계와 응급치료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 발전 과정에서 의학적 논리에 근거에 구급대는 병원에 환자 이송에 대한 사전 허락을 받는 방식이 선진국들에 구축돼 왔다”며 “이번 판결은 이를 뒤집는 것으로 구급대원이 사전 연락도 없이 환자를 응급실에 내려놓고 가버리는 과거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역에서 일반인, 구급대, 병원간 전원 단계의 환자흐름을 조정하던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재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