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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증원에 심화되는 '응급실 뺑뺑이'…갈 곳 잃은 응급 환자 ''실시간 자원정보로 흐름 조절해야"

    병원 전 환자 중증도 파악해 응급의료자원 현황따라 이송 병원 선정…불필요한 이송·전원 줄일 수 있어

    기사입력시간 2024-10-18 07:09
    최종업데이트 2024-10-18 09:10

    순천향대 서울병원 박준범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응급실 뺑뺑이'가 전공의 이탈로 인해 되려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해결책은 응급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전원할 수 있도록 실시간 자원 활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순천향대 서울병원 박준범 교수가 우리나라의 KTAS 도입 역사를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올바른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했다.

    응급환자 이송 지연 증가, 병원에 책임 묻는 관행 때문?…"수용능력 확인은 필수"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응급환자 이송 지연, 일명 응급실 뺑뺑이가 지난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거나 단축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 경증환자의 본인부담 비용을 인상하고 응급의료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인건비 지원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물론 정부 정책으로 경증환자가 감소하면서 응급실 과밀화가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의료계는 과거부터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응급실 뺑뺑이 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국 중증도 응급환자 이송 지연 사례는 2019년 1시간 이상 4191건, 2시간 이상 119건, 3시간 이상 22건에서 2022년 1시간 1만4971건, 2시간 이상 1554건, 3시간 이상 414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총 건수가 약 4배 증가했다.

    박 교수는 "수용능력 확인을 하지 않고 환자의 판단 또는 119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라 무조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관행 하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응급실에 데려다 놓은 환자는 병원의 책임이 되는데, 치료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무조건 병원과 의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며 "실제로 소아 흉부외과 교수가 없는 병원에 환자가 이송돼 당직 중인 외과 교수가 환자 수술을 해 소아를 살렸는데 보호자로부터 소송에 걸린 사건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실 전원이다. 환자는 계속오고, 전원하는 데만 6시간씩 통화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겨 소송에 걸리거나 처벌을 받으면 환자 수용 장벽이 높아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현재의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이 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수용 장벽을 높이게 됐고, 그것이 현재의 응급실 수용 거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119구급대가 사전 연락을 통해 환자 수용 여부를 묻게 됐는데, 이러한 제도는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도입이 늦은 편"이라며 "수용능력 확인은 이미 응급의료 법에도 정해져 있는 것으로, 코로나 이전까지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제는 이 병원의 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구급대원이 개별적으로 일일이 해야한다는 점이다. 병원이 환자를 전원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실시간 상황판이 시급하며, 병원 간 실시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환자 흐름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전부터 환자 중증도 분류해 실시간 병원 자원 파악해 지휘하는 상황실 필요"

    이에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역 완결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병원 전 구급대가 환자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환자를 적절히 분류해 그에 따라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고, 병원 간 환자 전원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응급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환자 스스로 본인이 중환인지 경환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이후 119 구급대가 환자를 적절하게 분류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119는 전화했을 때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

    박 교수는 "일본은 구급차의 적절한 이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환자 본인이 먼저 구급차를 타야하는 지 애매할 때 전화 상담을 받는다. 해당 전화를 통해 병의원을 안내하기도 하고, 의료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이후 중증이라는 판단이 들면 환자에게 구급대를 보내준다"며 "과거 우리나라도 1339가 이 역할을 했는데 없어졌다. 문진만으로 환자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119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학회의 노력으로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Pre-KTAS(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가 마련 돼 시행되고 있다.

    그는 "이후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현재 학회가 만든 Pre-KTAS를 토대로 환자 중증도를 분류할 수 있다. 이미 구급활동 모바일 시스템이 구축돼 구급대원이 구급상황 일지를 입력하면 이송가능한 병원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있지만, 시스템이 아직 미비해 전국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이다. 실시간으로 병원 자원 정보를 취합해 공유하도록 하고, 이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파악해 전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구급상황관리실이 119구급대의 환자분류에 따라 병원 선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실시간으로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며 "이것이 잘 되면 현장 단계에서 바로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어서 이송 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전원 등을 줄일 수 있어 119구급대원도 좋고 병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는 JTAS(일본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에 따라 구급대원이 환자 중증도를 분류해 상황실에 전달하면, 상황실이 실시간으로 병원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해 구급대원이 시행착오 없이 적절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구급상환관리센터가 있지만 응급환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고, 실시간 자원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러한 체계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많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디네이션이 안되고 있다. 흩어져 있는 의료자원을 잘 모아 컨트롤 해 그림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