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난 3개월동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 확진자수는 많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해외 유입 사례가 꾸준하고, 산발적인 지역사회 감염 사례와 병원 내 감염 사례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언제든 재창궐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두 달가량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마트나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봄꽃 명소와 공원 및 명산에는 상춘객과 등산객들이 넘쳐나며 번화가의 주점과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가득한 경우도 많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생활방역’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은 현재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데 있다. 이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완화하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므로 이는 질병의 재창궐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생활방역’ 논의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고, 점진적이면서도 천천히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몰고 온 2차, 3차, 4차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위 그림은 중환자학을 전공한 미국 보훈부 빅터 쳉(Victor Tseng) 연구원이 그린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학적으로 어떠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보건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림에서 1차 충격은 폭증하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이는 이미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험했다. 1차 충격에 의해 국가나 지역 의료시스템은 붕괴되고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때문에 경제활동도 멈추게 되어 대량의 실업과 빈곤이 발생한다. 이 1차 충격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처음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또 한 번의 충격(1st wave tail)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림에도 나와 있듯이 충격은 1차에서 끝나지 않고 2차, 3차, 4차 충격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2차 충격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나 의료 자원의 고갈, 의료기관들의 진료 패턴 변화 등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닌 응급환자나 중환자의 치료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는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유렵이나 미국에서는 현재 매우 심각한 문제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 지역 환자 폭증 시기에 이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창궐 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비율의 응급 환자와 중환자는 발생하기 마련인데, 평소 이 비율에 맞춰 의료 자원을 조정해 놓았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지금 버티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요인들(건재한 1차 의료, 충분한 입원 병상 유지, 공공의료 역할까지도 평소에 수행하고 있던 민간의료, 자발적인 의료진들의 헌신 등)로 인해 이 2차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피크(peak)를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3차와 4차 충격을 잘 대비하는지에 따라 의료 시스템의 재건 및 유지와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
그림에서 말하는 3차 충격은 만성 질환자들의 치료 중단 및 부실에서 오는 질병 악화 상황이다. 당뇨병 및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주로 고령 환자가 많고, 이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에도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이들은 만성 질환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만성 질환자 및 고령자들의 이러한 위축된 생활 패턴은 칼로리 과잉 또는 결핍, 운동 감소 및 의료기관 방문 감소로도 이어지면서 만성 질환 관리의 중단 및 부실을 초래한다. 고령의 만성 질환자가 기존의 질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이들은 언제든 중환자로 돌변하기 때문에 만성 질환의 적절한 관리는 국가 보건 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3차 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 및 산업계, 그리고 의료계 일부 인사들은 원격 의료의 확대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원격 모니터링의 확대 및 원격 진료의 도입을 통해서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해 환자들이 병의원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화 상담 및 화상 면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격 진료를 대면 진료의 대안으로 하자는 주장은 너무나 위험하다.
진찰의 가장 기본인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 면담만을 통해 만성 질환자의 합병증 발생 여부나 현재 질병 악화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오진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비대면 진료를 해도 약은 약국에 직접 가서 사야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차라리 대면 진료의 방식 변화와 의원 개설 기준 완화, 그리고 선택 분업 도입 등을 통해서 지역 사회에 1차 의료기관들이 더욱 촘촘히 침투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의료기관과 문전 약국의 환자 과밀 현상을 막는 것이 오진의 가능성도 낮추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원격 의료의 확대는 해킹이나 범죄 목적의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 또한 지금도 1분 진료와 6개월 장기 처방으로 문제가 되는 일부 대형병원들에게 원격 진료가 허용되면, 만성 질환 원격 진료 서비스 확대를 통한 1차 의료 시스템 붕괴와 만성 질환 관리 부실화도 우려된다. 이 외에도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다.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회의,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과 다르게 의료는 원격 의료에 오류 발생 시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가해진다는 점에서 아주 면밀한 검토와 안전 및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충격은 환자나 의료진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느끼는 정신적인 충격, 경제적인 충격, 의료진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번아웃(burn-out) 문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충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에 각국의 정부 및 기업들은 코로나19로 만들어지는 유망 산업과 사양 산업을 적절히 파악해 국가 산업 시스템의 체질 개선을 진행할 것이다. 이는 시장의 흐름을 누가 먼저 읽어내고 선도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환자와 국민들이 받는 정신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질병의 확산을 조기에 막아내고, 경제 활동의 정상화가 이뤄져야만 한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 대한 정신적 충격 완화 프로그램을 의료계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운영해 나가야 한다.
제가 4차 충격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번아웃 문제다. 외국의 경우는 의료진들이 격무에 시달려 번아웃되고 직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의료진의 처우 개선을 통해 번아웃에 의한 직업 이탈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의료 수가 2배 인상을 약속했고 미국은 외국인 의사 임시 면허 발급 정책을 내놓는 주도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료진 수당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번아웃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진의 번아웃은 격무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위기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 환자 수 급감으로 인해서 의원과 중소병원 등은 줄도산의 위기에 처해있고, 일부 진료과의 경우는 과의 존폐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의사 뿐만 아니라 많은 보건의료 인력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의료기관 및 보건의료 인력들이 경제적인 위기로 의료 현장을 떠나게 되면, 남은 의료진은 보다 심한 격무에 시달리게 되고 의료진 번아웃은 가속화된다. 이는 곧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며, 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다시 2차, 3차, 4차 충격을 초래하게 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앞에 다뤘던 문제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의료 시스템의 개혁과 의료기관들의 붕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등은 국가를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필수조건임을 정부와 정치권이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막강한 권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 권력은 언제든 회수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뭣이 중한지를 정확히 판단해서 정책을 펼쳐 주시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