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PC와 윈도우, 인터넷의 첫 번째 IT기술이 가져온 패러다임 변화의 사이클, 그리고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두 번째 사이클, 이제 다가온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의 세 번째 사이클. 헬스케어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변화할까.
의사 출신 미래학자 정지훈 DHP(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겸 DGIST 겸직교수는 28일 대한병원협회 국제학술대회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에서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헬스케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주제로 발표했다. IT기술 진화의 측면에서 거대한 변화의 사이클이 20년 주기로 도래하고 있고 헬스케어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첫 번째 사이클은 PC, 윈도우, 인터넷 사이클로 20년 정도 진행됐다. 먼저 하드웨어가 보급이 되고 하드웨어가 접목되는 소프트웨어가 공급되고 그 다음에 이것을 쓰는 사용자가 늘고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문화가 생기고 확산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사이클은 2007년에 시작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다. 5년이 지난 다음에 아이폰이 1억대 넘게 판매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세 번째 사이클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시대다. 아직 하드웨어가 준비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빨리 변화할 수밖에 없고 혁신적인 기업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
정 교수는 “보통 하드웨어 공급이 먼저 이뤄지고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소프트웨어도 개발되기 마련이다”라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타버스와 AI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원래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변화가 올 것이라고 봤는데, 조금 빨리 왔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생각보다 빨리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시대 등장
메타버스 전문가로 꼽히는 매튜 볼(Matthew Ball)은 메타버스를 진행시키는 요인을 7가지로 제시했다. 하드웨어, 컴퓨트, 네트워크, 버츄얼 플랫폼, 교환가능한 툴과 표준, 결제서비스, 콘텐츠·서비스 등이다.
정 교수는 "메타버스 사이클은 원래 VR기기 등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완성되지 못했고 하드웨어의 성능이 더 좋아져야 한다. 이 시기는 2025년에서 2027년까지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메타버스가 더 발전하려면 엔비디아 칩처럼 그래픽과 AI를 잘 담는 것이 나와야 한다. 네트워크는 5G가 더 깔려야 한다. 버추얼 플랫폼은 게임엔진에 가까운 것을 더 쓸 수 있어야 한다. 교환가능한 툴과 표준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표준 프로토콜을 논의하고 있다. 결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다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콘텐츠 서비스는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여러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로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다. 사용자의 행태가 바뀌기 어려운데 지금 상황에선 하드웨어가 새롭고 좋은 것이 나오거나 서비스가 좋다면 충분히 사용자들이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라며 "그만큼 변화할 준비가 돼있고, 변화가 빠르게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접목해 모바일 시대, 건강기록과 결합
그렇다면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어떤 기술과 서비스에 주목해야 할까.
정 교수는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원격의료가 환자들에게 가치를 주는 것이 별로 없고 그저 반복적인 처방을 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라며 “다만 언택트(untact) 기반으로 의사를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고 또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험체계에서 커버해야 도입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모바일 퍼스트 케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타버스로 넘어가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진다”라며 “그리고 EHR(Electronic Health Records, 전자건강기록)과 결합이 돼야 여러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여러 건강기록을 결합해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원격의료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진단키트는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AI기술이 발전하면서 AI의사와 협력하고 집에서 하는 검사가 많이 보편화될 수 있다. 엑스레이나 MRI는 집에서 검사를 하기 어렵지만 초음파나 안과장비 같은 건 가능할 것으로 제시됐다.
메타버스를 이용해 의학 가상실습과 교육에 활용
메타버스는 주로 가상실습과 교육에서 많이 활용되고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됐다.
정 교수는 “병원 트레이닝 환경이 많이 변했다. 환자들의 권위가 올라가면서 전공의들에게 수련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며 “코로나19 시대에서 언택트 환경에 민감해졌다. 서지칼마인드 회사처럼 VR을 결합한 수술 트레이닝이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실습을 해보지 못하고 간호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아무리 교육을 잘받아도 실제 해본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난다"라며 "가상 환자를 만들어 AI를 탑재시켜 그 안에서 환자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는 실습,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초기에 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AI기술이 발달하면서 버추얼(virtual) 환자 모델이 나올 것이다”라며 “혼자가 아니라 협업형으로 메타버스 교육을 하고, 정교한 교육 장비들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원격 로봇과 결합돼 쉽게 수술할 수 있고 환자 모델을 정의해서 약에 대해 치료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질 수 있다"라며 "메타버스 활용을 통해 의료의 변화가 더욱 진행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이 혁신 의료기기와 서비스를 만들어 큰 변화 일으킬 것
이제는 메타버스와 AI를 중심으로 이제는 세 번째 변화의 사이클이 돌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 비해 굉장히 다양한 시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이 겹쳐져있다. 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전염병이 빠르게 퍼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헬스케어 시스템을 다시 개혁해야 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라며 "이럴 때 큰 변화가 나타나고, 정책적으로 헬스케어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기술적으로도 누구나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다양한 솔루션이 나오고 있다. 기술 부분에서는 이미 쓸 기술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 측면에서도 만성질환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라며 “앞으로 환자가 늘어나는데 의료 비용을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회사가 인정받는 '스타트업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세계적으로 금융권부터 보험회사, 국내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헬스케어 타깃으로 큰 펀드를 만들고 있다.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에 자금이 가고 혁신적인 의료기기나 서비스가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이제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