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소아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①‘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너머: 대한민국 소아의료
①‘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너머: 대한민국 소아의료
[메디게이트뉴스] 지난주 응급의료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소아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으로 인해 소아의료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소아의료에 대한 현황과 대책에 대한 질의가 예고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대한민국 소아의료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지 짚어보도록 하겠다.
숫자로 바라본 소아의료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에서 활동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숫자는 2003년 말 3606명이었고, 2024년 상반기에는 6490명으로 확인된다. 소아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 의료인력이 20년 만에 약 1.78배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0~17세 인구수는 2004년 약 1040만 명, 2024년 약 700만 명으로 약 33% 줄었다. 그중 소아의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0~6세 영유아 인구는 2004년 390만 명, 2024년 186만 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즉, 공급은 1.7배 늘었고 수요 대상 인구는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공급이 늘고 수요 대상 인구가 줄어 발생한 소아 의료 공급 행태의 변화는 분명하다. 1인 의원은 점차 줄어들었고, 연합의원과 아동병원 형태가 늘어나고, 야간 및 휴일 진료가 시작됐다.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소아 진료를 보기 어렵다는 '오픈런'이 대두되고, 소아응급실을 찾기 어렵다는 '응급실 뺑뺑이'가 언론에 오르기 시작했다. 공급은 늘었고 수요 대상 인구는 줄었음에도 왜 수요난을 외치는 메시지들이 나오는 것일까.
이는 소아의료를 이용하는 행태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오픈런의 경우 어린이집 등과 같은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에 가기 전 진료를 마치기 위해 8~10시 그 짧은 시간 안에 진료를 마치려는 수요가 몰린다. 게다가 주거 근접성이 아닌 상권 근접성에 의한 의료기관 이용으로 인해 쏠림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한몫한다.
응급실 뺑뺑이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근본적으로 소아응급의료 기피가 가장 크다. 공급은 늘었고 수요 대상 인구마저 줄었지만, 수요 행태의 변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 공보험 의료체계를 운영하기 때문에 시장 경제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에게 당장 투표권이 없는 소아에 대한 의료는 계륵 같은 존재일 뿐이다.
소아의료의 위기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의 전임교수들 중 특히 혈액종양분과 같은 경우 은퇴를 앞둔 교수들이 많다. 외과계 교수들 중 소아 세부분과 교수는 거의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숫자가 줄었다.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지 않기 시작하고, 의원들은 폐업하고 진료과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즉, 배출된 전문의들은 늘었지만 점차 소아 의료에 종사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공의들이 전문과목을 선택할 때 중요한 부분으로, 기존의 전문의들마저 종사하지 않고 떠나는 분야에 뛰어들기는 어렵게 된다. 신규 유입은 줄어들고 이탈자는 도미노처럼 늘어나 공급이 줄어든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 그리고 반복되는 실책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을 꺼내 들고 어떻게든 소아의료에 대한 수요자의 원성을 해결하고자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집단 보이콧 또는 정책 비협조라고 핑계를 대겠지만, 사실 달빛어린이병원 정책은 설계 자체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득이 되지 못하는 정책이었다.
일부 지원금에 눈이 멀어 참여한다 해도 최초 책정된 수가는 정책대로 운영하기에는 유지조차 힘들 만큼 형편없었다. 최근 들어 수가를 좀 더 인상하고 도중에 없앴던 지원금을 신설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늘어난 유지비용에 녹아들 뿐이다. 결국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과에도 소아진료만 가능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이 또한 공급자에게도, 수요자에게도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의해 소아의료에 투입되는 추가 재정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희귀질환 관련 의료에 투입되고, 95% 이상이 이용하는 1차 의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언론 브리핑에서만 "소아의료에 대폭 재정을 투입합니다"라고는 하지만, 공급자, 수요자 대다수에게 누구도 체감되지 못하는 정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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