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숙주를 쉽게 감염시키고 생존하기 위해 자주 변이한다. 한 실로 구성된 RNA는 이중나선인 DNA보다 돌연변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하나가 증식을 거듭하면서 1년 동안 획득하는 변이는 26개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평균 46개의 변이가 발생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변이가 많이 생기지만 독감 바이러스는 더 많이 생긴다.
왜 이렇게 바이러스는 변이 하는가? 생존의 세계다. 변이 가운데는 ‘유사변이’와 ‘비(非)유사 변이’가 있다. ‘유사변이’는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기에 ‘침묵변이(silent mutation)’로도 불린다. 반면 ‘비유사 변이’는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속성까지 바꿔 다른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완전히 달라진다. ‘비유사 변이’는 염기 변이→단백질 변이→기능 변화의 3단계 연쇄작용을 모두 일으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대학 연구진은 지난 3월 12일 기준으로 코로나19(COVID-19)의 ORF8 부위에 생긴 아미노산 변이를 기준으로 S형과 L형으로 나눴다. 오리지널인 S형보다 그 이후에 나온 L형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이 퍼졌다고 보고하며 이를 근거로 돌연변이인 L형이 더 공격적이고 높은 전염력을 가진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는 A·B·C 3 유형으로 변이가 일어났다고 나눈다. A는 미국·호주, B는 아시아, C는 유럽 지역에서 주로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코로나19의 이런 변이를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까? ‘국제 인플루엔자 데이터 공유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 GISAID)’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를 비롯해 전세계 코로나19 환자들의 염기서열 시퀀싱(Sequencing)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각국에서 해독한 코로나19의 시퀀싱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변종의 출현을 감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데이터는 빠르게 늘어 5월 20일 기준 3만 25개가 등록돼 있다(테라젠바이오 김태형 상무 정보제공).
미국의 로스알라모스 국립 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는 맨해튼 계획으로 세계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국가안보, 우주탐사, 재생에너지, 의약, 나노기술, 슈퍼컴퓨터 등 광범위한 연구를 하는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다.
의약 부분은 아마도 연구소 안의 작은 부분이겠지만 로스알라모스 이론생물학 부서의 HIV 데이터베이스(Database)팀은 슈퍼컴퓨터와 연관시켜 하던 일을 바꿔 코로나19 발병 이후 ‘GISAID 사이트’를 모니터했다. 지난달 말 29일 논문 프리프린트(PrePrint)를 국제 생물학 학술논문 저장소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렸다.
‘Spike mutation pipeline reveals the emergence of a more transmissible form of SARS-CoV-2’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전염력이 더욱 강해진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 2월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퍼져 나갔으며 지난 3월 말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바이러스가 됐다고 보고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뒤늦게 퍼진 영국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Spike D614G' 돌연변이다.
로스알라모스 연구팀은 먼저 SARS-CoV-2의 변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미국 듀크대학, 영국의 셰필드대학교 과학자들이 개발하는 백신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Spike(S)-단백질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서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데 가장 먼저 촉을 내리는 S-단백질이 가장 중요한 타겟이다. 그곳에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면 단백질이 속성까지 변하는 ‘비유사 변이’가 나타나 개발 중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문이 작성된 시점까지 연구팀은 축적되는 14개의 변이를 찾아냈다. 변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정학적으로 넓은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가지고 있었다. 계통수는 일종의 ‘가계도’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각각의 변이를 양성 선택(positive selection)의 증거를 구조를 기반으로 한 모델링으로 들여다봤다.
논문은 'D614G' 돌연변이가 긴급한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이는 S-단백질의 S1-S2 junction에 또다른 serine protease(Elastase)에 의해 끊어질 수 있는 사이트를 새롭게 제공한다.
이미 3월 13일 칼럼에 밝혔듯이 단백질을 자르는 퓨린(Furin)이라는 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자해(自害) 아미노산 사이트가 SARS-CoV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SARS-CoV-2의 S-protein에 존재한다. 퓨린 사이트 외에도 바이러스의 자해가 한 군데 더 일어나 빨리 잘라지면서 사람 세포에 침투해 재생한다.
이 변이가 유럽에서 시작해 새로운 지역으로 전파된 뒤 빠르게 지배적인 형태가 됐다. 더구나 높은 전염력에다 기존 면역의 부족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고 습도가 높아지는 환경에서도 쉽게 쇠약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는 감염자 한 사람이 감염가능기간동안 직접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평균 인원을 뜻하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eproduction Number, R0)'와 감염시 사망률이 중요하다. 유럽이 아시아에 비해 전염력과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D614G' 때문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조명하고 있다.
왜 이 돌연변이가 수상한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속성까지도 변화시키는 'D614G'같은 ‘비유사 변이’는 코로나19의 진화가 사람 간 전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0종의 백신이 개발 중에 있지만 확산이 올 여름 진정되지 않으면 이런 변이를 더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는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다. 대부분 백신 개발자들은 발병 초기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기본 바탕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첫 백신이 공급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항원소변이(antigenic drift)와 면역학적으로 관련된 돌연변이의 축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바이러스의 변이, 진화, 적응 과정을 면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런 바이러스의 중요한 진화적 변이를 놓치면 치료제나 백신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연구진들은 경고했다.
그러기에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의 변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질본에서 분석한 유전자 염기서열도 역시 GISAID에 올라간다. 지난 4월 9일까지 국내 환자의 73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다행히도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D614G'같은 의미 있는 ‘비유사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어온 우리 국민 확진자는 혹 ‘D614G' 변이를 가지지 않았을까? 무척 궁금하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무리 지금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는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여름으로 바뀌는 날씨 변화에도 꿋꿋이 전염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항체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재유행을 막을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와 개인의 적극적인 방역 및 위생관리뿐이다.
코로나19도 중동의 메르스, 감기, 독감처럼 풍토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천연두'처럼 근절을 위해서는 먼저 효과적 예방백신이 상용화돼야 한다. 또한 박쥐와 천산갑 같은 자연 숙주와 매개 숙주가 특정한 지역과 시장에서 매매가 되고 식용으로 팔리는 것이 근절돼야 한다. 전 세계가 높은 관심을 두고 강력한 금지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숙주를 통해 출몰해 온 세상을 다시 깊은 고통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