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역 의사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국회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명목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의사 부족'이라는 의제 자체를 부정하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며 교육부를 통해 의대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정감사 때부터 의대 증원에 찬성 입장을 표했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그간 '9.4 의정합의'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의사과학자 양성'에 공감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보건복지위원회 안에서도 의료계와의 관계 악화 등을 의식해 의대 증원 및 설립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를 통해 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간 보건복지부는 국회의 지속적인 의대 신설 요청에 대해 '9.4 의정합의' 이행을 위해 '의정협의체'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 사이 제21대 국회에는 10건이 넘는 의대 설립 법안이 발의되는 등 여야 할 것 없이 의대 설립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그간 의료계의 반대로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의대 설립 논의를 '의사과학자'양성의 차원에서 교육부가 직접 나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병욱 의원은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약 37% 미국 국립보건원 감독관의 69%,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의 최고 과학 책임자의 70%가 의사과학자"라며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와 달리 미래 질병을 다루는 예측의학, 인공장기를 활용하는 재생의학, 난치병 치료를 위한 맞춤형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그래서 의사 과학자에게는 과학과 공학 의학을 융합한 연구개발 역량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우리나라 국내 의대생 중에 의사 과학자로 양성되는 경우가 전체의 1% 미만이다. 연간 3300명 정도가 의대, 의전원을 졸업을 하는데 그중 30명 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약 120개 의대에서 MD(의사자격증)와 PhD(박사학위) 병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졸업생 중 약 83%가 의사 과학자로 연구를 이어 나간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5일에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주호 사회부총리를 향해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인력이 바로 의사과학자"라며,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양성하는 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를 철저하게 분리한다는 전제로, 정부가 의협 등과 마찰이나 갈등이 없도록 잘 조정해 달라"고 요청해 이주호 부총리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병욱 의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 21일 포스텍(포항공과대)를 방문해 김무환 포스텍 총장 및 관계자와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포스텍은 포스코의 연구중심의과대학을 통해 포스코의 철강산업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로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인력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정한 만큼, 포스텍 차원에서 연구중심의과대학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조규홍 장관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 치료제 등 바이오헬스 시장이 확대되고 관련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를 선도할 의사과학자의 양성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우수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임상과 기초과학, 공학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