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공공의대(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의료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해당 발언의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국회 및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공공의대 설립은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며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방 실장은 공공의료 인력 확충 계획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질문에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한다는 방침하에 의료계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은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의료계와 원만히 합의해서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정부의 기조 변화에 의료계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때부터 의대 신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고, 지난 7월 정부가 확정 지은 120대 국정과제에서도 국립의전원 신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대학 부속병원 설립을 공약한 적은 있지만 공공의대 설립을 국정 과제로 추진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안정화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대 신설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의정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어떻게 정부와 국회를 믿고 협의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총리실을 통해 (발언 취지 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국무조정실장의 단순한 발언 실수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 역시 방법을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을 뿐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최근 공개된 120대 국정과제는 물론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110대 국정과제에도 필수의료인력 확충 대책 마련,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전문 의료인력 양성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 이창준 전 보건의료정책관은 이전에 출연한 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의사의 전체적인 증원을 하는 건 필요한 상황”이라며 “증원된 인력들이 필수, 지역, 공공의료 분야 같이 꼭 필요한 곳에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재차 불을 지피고 있는 의대 신설 논의에 여당 의원들 일부도 가세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한다.
지난 19일 ‘필수의료 의사부족’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는 여당 의원 3명(김학용∙최연숙∙최영희 의원)이 공동 주최자에 이름을 올렸고, 결은 다르지만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 9일 국회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스텍, 카이스트 등에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 여당 강기윤 의원, 이용호 의원, 김형동 의원 등은 직접 의대 신설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 이번 정부도 의대 증원을 추진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며 “의료계도 의대 증원을 막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