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는 7일 성명서를 통해 2023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를 결정하는 수가협상이 목불인견의 과정을 거쳐 파탄으로 끝난 현상을 질타했다.
협의회는 “일차의료를 담당한 의원들의 생존이 달려있는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는 무거운 자리였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의 갑질만 횡행했을 뿐, 정작 당사자인 의원을 대변한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수가협상단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마지막 날 저녁에야 결정된 밴드는 이미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힘들어 오래 전부터 공급자들이 거부해왔고 또 공단 측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 소위 ‘SGR모형’에 의해 결정됐다. 수가협상 기간은 물론 그 전부터 꾸준히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의원의 합리적인 주장들은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셈"이라고 했다.
이어 "예전에 정부가 물가 반영해서 고시(告示)했던 방식만도 못한 엉터리 요식 행위를 왜 하는가"라며 "최근 수년 간 최저 임금이 급상승하고 또 소비자물가가 5% 넘게 치솟는 지금, 수가협상을 파탄내고 경영난에 빠진 의원들을 사지로 내몰면 그렇지 않아도 붕괴 직전인 일차의료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고 했다.
협의회는 이번 수가협상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에 의거해 5월 31일까지 협상을 통해 체결하게 돼있는 실정법을 위반한 위법한 협상이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공급자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정한 밴드로 협상단들을 농락한 위압적인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재정운영위원회는 자기 권한을 넘어서 협상에 직접 개입하여 공급자 유형에 따른 협상 체결 여부에 따라 두 가지 밴드를 정하는 등 심각한 월권행위를 저질렀다"라며 "우리는 2022년 수가협상을 망친 공단 책임자의 공식 사과와 함께 다시는 이런 엉터리 수가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의 14만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과 4만 개원의들의 대표 단체인 대개협이 더 이상 공단의 위법 위압한 갑질로 파행되는 수가협상을 받아들이지 말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불합리한 수가협상 제도를 혁파하고 진정으로 쌍방이 대등한 수가협상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기를 바란다. 우리 대일협 역시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7일 성명을 통해 "뿌리까지 썩은 수가협상 구조, 총체적 개혁을 요구한다"라며 "수가 협상은 ‘협상’이 아닌 ‘통보’였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이미 문제가 많아 선진국에서는 폐기된 ‘SGR 모형’ 결과를 근거로 수가 인상률 2.1%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의 최저임금 44.6%의 급격한 인상에 반해, 의료 수가 2.1% 인상은 일방적이며 치욕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의료 수가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도 감안하지 않는 결정이며, 코로나19 시기에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추가 재정소요분 수치를 보여주며 YES or NO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공급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수작이며 협상이라기 보다 협박에 속한다"고 했다.
의사회는 "이번 수가 협상에서는 밴드 ‘이중장부’를 만들어 의원 유형만 대폭 삭감해 그 재정을 다른 유형에 배당하는 비열한 수법을 썼다"라며 "협상 마지막 날 재정운영위원회는 공급자 단체를 대표하는 단장들을 문밖에 세워 두고 발언권을 부여할지 논의했고, 얻은 발언 기회는 10분 밖에 되지 않은 데다 발언 후 공급자단체를 잡상인처럼 쫓아냈다"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가 인상률에 반대하며 뿌리까지 썩은 수가 협상 구조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라며 "또한 이번 수가 협상에서 재정운영위원회가 보인 갑질에 대해 해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