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공계에선 인재 유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2월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함께 공개하는 방안, 설 연휴 전에 별도로 공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국민 여론은 긍정적이다. 이런 와중에 의료계와 함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분야가 이공계다. 의학교육의 질 저하,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을 우려하는 의료계와 달리 이공계는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 대거 유출될 것이란 이유로 의대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최세휴 회장(경북대 공과대학장)은 이날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처럼 의대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정부의 계획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이 1000명 이상 대폭 늘어날 경우, 이공계 교육 현장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도 S∙K∙Y대학 자연계열 자퇴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의대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면 그만큼 N수생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선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정원이 늘어나니 ‘조금만 더 고생하면 의대를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공대에 와서도 공부가 손에 잡힐리 없다. 휴학하고 의대를 준비할 것”이라며 “예전에 의학전문대학원이 만들어졌을 때도 의대와 관련된 학과들만 입결이 올라갔고, 입학생들은 의전원 준비에만 몰두했었다”고 덧붙였다.
의대증원으로 얇아진 이공계의 인재층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란 게 최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물적 자원이 없어 인적 자원을 활용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전부 의대로 몰려 가면 10년 뒤 대한민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가뜩이나 이번에 이공계 R&D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교육부가 무전공까지 확대한다고 해 이공계는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여기에 의대증원까지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정부가 인력 양성 정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모든 국민들이 의대를 희망한다면 다 의대에 보내주면 되지 왜 막고 있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의료 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필수 인력들이 고루 양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배려해줘야 한다”며 “어느 한 분야로만 사람이 쏠리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