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 위기②] 선배 전문의의 해법
2015년 내과 전공의 1년차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종합병원 입원환자 진료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내과 선발 예정 인원 중 120명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1년차 근무 중 포기하였다는 보도기사가 나오고 있다.
입원환자 진료에 비상이 걸린 내과 학회는 연구 목적으로 임용한 임상강사와 전공의 고 년차에게도 입원 환자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 내과 입원 환자 진료는 이미 위기 상황이다.
내과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입원환자 전담 의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향후 미래가 불투명하고 비정규직 임시직에 불과한 호스피탈리스트를 누가 지원하겠는가?
종합병원이 의과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이 아닌 정규직 의사 채용을 시작해야 한다.
임시직 의사가 입원환자 진료하는 것은 21세기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한국 종합병원은 외래환자는 교수가 입원환자는 전공의가 담당하는 구조이다.
교수는 전공의들과 함께 입원환자 진료를 한다.
전공의들은 교육을 받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교수들이 퇴근한 야간과 주말 시간 환자치료의 중심이 되고 있다.
메이저 과목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던 내과는 의약분업 강행으로 인해 약가 마진을 상실하면서 수익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의약분업 이전 의료기관에 비치되지 않아 처방하지 못했던 내과 전문 처방 약품들은 어느 과에서든 반복 처방이 가능하져 전문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최근 요양병원의 증가는 고령층 만성질환자들의 진료 공간을 요양병원 안으로 축소시켰고, 내과 전문의의 활동 영역은 점점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전공의 과정은 전문의를 빠르게 배출하는 교육과정이다.
전공의 숫자가 급증하면 당연하게 전문의 수는 크게 늘어난다.
1997년 내과학회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 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연 20% 이상의 내과 전문의 공급 과잉을 경고하고 있었다.
당연히 내과 전공의를 감축해야 했지만 오히려 선발 정원을 늘렸으니 확보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2년 전체 전공의 선발인원 3,518명의 19.8%에 이르는 701명이 내과 전공의다.
1990년 363명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고, 2002년 574명에 비해서도 22%나 증가했다.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당시 약품비에 포함되어 있던 진료비를 분리하고 약품가격을 대폭 인하해 의료수가는 전체적으로 45% 인하되었다.
당시 보험 적용인구가 10% 정도였지만,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이 되면서 경영난에 부딪힌 의료기관들은 대형화를 추진, 병상 증설과 대형 의료기관 설립이 이어졌다.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전공의 신청은 일종의 수순이었다.
1990년 13만개였던 병상수는 2013년 63만개로 증가했다.
새로 설립된 대형병원들은 예외없이 전공의 수련병원 신청을 하였다.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도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승인되었다.
입원환자들을 담당하는 전공의 수요는 계속 발생했고, 그 중 내과 전공의 정원은 급속하게 증가했다.
교육목적인 아닌 입원환자 진료 목적으로 전공의 정원이 결정된 결과이다.
한국 의사수가 적은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OECD health data 2015 자료를 볼 때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천명당 2.2명(OECD 평균 3.3명)으로 적지만 한국 의사 1인의 진료량이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OECD 평균에 비해 과잉인 상태이다.
보건시민단체는 단순한 OECD 평균 의사수와 비교 의사수 부족을 주장하고, 의료계는 현실적인 진료량과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를 고려해 과잉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사수의 현황에 있어서는 상반된 주장이지만 양측 주장 중 일치된 것은 의사 수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고, 의대 정원과 전공의 감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의료계 역시 의대 정원과 전공의 정원 감축에 있어서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전공의 정원 감축이 실패한 이유는 의사들의 과중한 진료량 때문이다.
교수는 외래 환자의 진료와 연구, 교육 업무와 입원환자 진료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졌다.
전공의들이 입원환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들을 감축할 경우 입원환자들을 담당해야 할 의료진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첫 번째로 교수가 입원환자 진료로 돌아가는 일이다.
외래 진료량을 줄이고 입원환자를 교수가 직접 담당할 수준으로 감축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진료 수입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이나 교수 모두 시행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
두 번째로 의사보조(PA)나 전문간호사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외과파트에서 많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병원마다 허용하는 범위는 다르지만 행정업무부터 수술 및 시술 보조, 약물처방, 간호사에 대한 자문 등 실질적으로 의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에 대해서 의료계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세 번째로 입원환자 전담의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내과학회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입원 환자 전담 의사를 종합병원이 채용해 궁극적으로 전공의가 없이 의료기관이 운영되게 하는 방안이다.
미국에서도 96년 도입되었고 국내에서도 도입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보건당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입원환자 전담의사의 미래다.
입원 환자 전담 의사의 신분 보장이 확실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전문의를 취득하려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확실성 때문이며 입원 전담의사를 선발시 미래에 대한 신분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임시직으로 입원 환자 진료 진료 담당의사를 모집한다면 아무리 좋은 급여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임시직 의사로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하는 것보다 정규직 의사의 채용이 필수적이다.
입원 환자 전담 진료를 전문의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의대 졸업생 중 매년 일정 인원을 선발 교육하는 것도 대안이다.
전공의처럼 단시간에 교육과정이 이수되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여유를 가지고 체계적이며 장기간에 걸친 교육이 가능하며 시간이 지나면 전공의 수련과정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종합병원이 비정규직 의사들로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볼 수 없으며 정규직 의사 확충은 꼭 필요하다.
대형병원의 병상수 확대는 교수, 전공의들의 진료량 증가로 이어지며 현재도 과중한 진료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 회원 권익 보호차원에서 의사협회에서도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호스피탈리스트 등의 정규직 의사 채용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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