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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백신 접종 중단 여부 전문가도 '갑론을박'…쏟아지는 환자 민원에 개원의는 발만 동동

    섣부른 중단 오히려 화 불러 vs 일단 일주일 중단…질병청-의협 다른 입장에 의사회원 불안 가중

    기사입력시간 2020-10-24 08:09
    최종업데이트 2020-10-24 08: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 중단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36명에 달한다. 전날과 비교해도 20명 증가한 것으로 1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아직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접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을 막론하고 독감 백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백신 중단 입장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선 개원의들도 혼란에 빠졌다.

    백신 중단 후 독감 유행되면 더 큰 피해 발생 

    우선 예방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은 오히려 독감으로 인해 11월 이후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1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독감 유행이 시작되면 훨씬 심각한 독감 유행 사태가 시작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추정치에 따르면 2009년 미국 내 신종 독감 사망자는 1만2469명에 달한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들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게 되면 오히려 독감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망과 연계될 확률도 높아진다"며 "예방접종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도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상온노출이나 제조 과정 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예방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접종이 갖는 장점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대한백신학회도 아직까지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백신학회는 "현재 사망 사례를 보면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와 생산고유번호도 다르다. 특히 발현 증상도 산발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보고된 백색입자는 백신 내 항원단백성분이 뭉쳐서 보일 수 있으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조사가 필요하며 이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과의 연관성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학회는 "올해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면역저하자는 독감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보장된 다음에 접종 재개해도 늦지 않아"

    반면 예방접종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은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뒤에는 이미 많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되고 접종을 재개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신 관련 관리 책임을 덮기 위한 질병관리청의 조직 보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과 걱정을 이해하고 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위기관리소통을 해야한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백신접종과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한 과학적 증거의 유무와 관계없이 접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질병관리청은 위기관리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백신의 문제점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지않기 위한 조직 보호로 비춰진다"며 "백신학회 역시 백신생산업체와 이해관계가 맞물려있어 오해를 받기 쉬운 입장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2일 일주일 정도 접종을 미루고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의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접종을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의협 민양기 의무이사는 "백신 접종에 시기가 있기 때문에 접종을 미룰 수 없다는 질병청의 의견에도 동의한다. 다만 일주일 정도 접종을 보류하고 원인을 신속히 밝히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선 개원 의사들, 보건소-의협 다른 입장에 '갈팡질팡'

    특히 접종을 계속하라는 질병청과 접종을 일주일간 중단하라는 의협의 입장이 나뉘면서 일선 개원가는 혼란에 빠졌다. 

    의협은 개원가 의사 회원을 상대로 일주일 간 독감백신 접종을 유보하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일부 지역의 보건소도 예방접종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 진행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원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예방접종을 중단하자니 환자를 일주일간 받지 못하게 되고, 지속하자니 부작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원의 A씨는 "의협이 일주일 중단으로 한정하면 일주일 뒤부터 접종을 재개한 다음 부작용이 발생할 때 국민 여론이 자칫 의협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라며 "의협이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회원들에게 접종을 유보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의사들에게도 불안만 야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개원의 B씨는 "질병청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어떤 판단이 최선인지 파악하고 대처에 나서야 한다.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심해 환자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개원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