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지역의사제를 비롯해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역의 전공의 정원 비율을 5대5로 책정하는 정책이 되레 필수의료 인력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흉부외과)은 최근 수련병원협의회 포럼에서 정부의 지방 수련병원 정원 배정 강화 기조에 대해 “지역의료를 살리려다 필수의료가 죽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행사에는 복지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박 원장은 “기존에 수도권 6, 비수도권 4의 비율이었던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이 5.5대4.5를 거쳐 이젠 5대5”라며 “서울 소재 대형병원인 우리 병원은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내과 등의 정원도 줄여야 했다”고 했다.
이어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1년차가 6명인데 전부 서울에서 수련받고 있다. 우리 병원은 흉부외과가 경쟁이었는데 정원 감축의 영향으로 지원자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며 “반면 지방은 전공의를 채우지 못했다. 결국 필수의료를 하는 전공의의 절대 수 자체가 줄어드는 거다. 이렇게 일괄적으로 정원 조정을 적용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메디게이트뉴스에 “흉부외과 등에 지원했다 떨어진 지원자들은 군대를 가거나, 다른 과로 돌아서 버렸다”며 “필수과에서 일할 사람들을 잃어버린 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아주대병원 내과 김대중 교수는 “내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지방 수련병원 모든 과의 정원을 일괄적으로 늘리다 보니 예전 같았으면 내과를 지원했을 전공의들도 인기과를 지원하며 오히려 전체적인 내과 지원자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의료진들 역시 전공의 정원 일괄 조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충북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다 현재는 부산의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대한내과학회 배장환 기획이사(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공의 정원 배정을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예상됐던 부작용”이라며 “개인적으론 인턴 수료자들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전공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미국처럼 전국 단위의 매칭 프로그램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원 조정에 앞서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들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병원장을 지내 A 교수는 서울에서 필수과 인력을 다수 양성한다고 하더라도 지방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정부를 향해 “지방 사람들 현혹하는 얘기는 그만하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A 교수는 “서울 수련병원에서 필수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나중에 지방으로 내려온다는 보장이 있으면 서울에서 다 수련시키고 내려보내 달라”며 “그렇지 않다면 제발 지방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역 수가 가산제를 비롯한 재정적 지원과 정주 여건 개선이 필수적이다. 몇 년째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방 사람들 현혹하는 얘기는 그만하고 제대로 지원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