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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케어' 성과에 의료계는 싸늘한 시선 "보장률 겨우 1.5%p올리려 건보 재정 고갈·상급병원 쏠림 심화"

    "선택진료비 폐지로 상급병원 수도권 분원만 늘려...급여화 우선순위 재설정하고 필수의료 수가 개선해야"

    기사입력시간 2021-08-13 07:31
    최종업데이트 2021-08-13 08:33

    사진=문재인 대통령. KTV국민방송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4주년 성과를 자랑했지만 의료계는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초래하고 있는데다 투입 예산에 비해 보장률은 1.5%p 올라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고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늘리는 동시에 급여화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열린 4주년 성과보고회에서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지난 4년간 국민 3700만명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비 부담이 크고 보장 필요성이 높은 비급여 항목 및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민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문제의 해소를 위해 선택진료비를 폐지했으며, 병원급 이상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2021년 현재 6만287병상으로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했으며, 초음파 및 MRI 검사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2.7%에서 2019년 64.2%로 1.5%p 증가한 상태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에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부작용  

    하지만 그동안 드러났던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다. 2011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던 건보 재정은 2018년부터 3년간 3조35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병원 이용률이 급감하지 않았더라면 적자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 누적 적립금도 2018년 2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2023년 이후 건강보험료를 매년 3.2%씩 올려도 누적적립금이 계속 줄다가 2024년에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고갈된 다음 2026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대로는 2022년까지 달성하기로 계획한 보장률 70%를 채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험료 예상수입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율은 최근 5년간 10.2~12.3% 범위에 그쳐 전체 지원 기준인 20%는 물론 건강증진금을 제외한 지원범위인 14%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취지에서 ‘지원규모 조정’이란 명목으로 매년 일정부분을 감액해 최종 예산안을 편성해왔다. 게다가 지원규모 조정 규모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 2016년 7040억원, 2017년 1조3485억원, 2018년 2조539억원, 2019년 2조1352억원 2020년 1조880억원 등으로 차이가 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가의 책임지원을 규정한 법의 취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인한 건보 재정 지출의 증가와 보험료 인상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법정지원율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연구원 재정연구센터 박경선 부연구위원이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프랑스(52.3%), 일본(27.4%), 대만(23.1%)의 건강보험 정부지원 비율은 우리나라(13.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폐지된 이후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는 것도 문재인 케어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특히 빅5병원의 환자는 입원은 물론 경증 외래 환자까지 싹쓸이하고 있어 수도권에 상급종합병원 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외래수익이 2017년 2조2704억원에서 2019년 2조7133억 원으로 3년 동안 20% 늘었다. 다른 대학병원들 평균 15%보다 5%p 성장률이 높았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2020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은 17.6%으로 전년대비 1.2%p늘었고 종합병원 점유율은 17.2%로 전년대비 0.6%p 늘었다. 반면 의원은 19.6%으로 전년대비 0.3%p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료=2020 건강보험주요통계

    의료계 "급여화 우선순위 재설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설계해야"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급여화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명예교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장)는 “정치집단은 2000년도에서 2021년까지 언제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1호로 내세웠다”라며 “하지만 전체 의료비가 50~60%씩 증가할 때 2017년에서 2019년에 보장률이 겨우 1.5%p 올라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서 보장률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비급여 하나를 없애는 대신 비급여 하나가 또 생기면서 급속도로 의료비가 올라가고 있다”라며 “의료비가 증가하는 반면 건보재정은 굉장히 부족한데 숫자적 의미의 보장성 강화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일본은 고령화에 대비해 2035년 치료에서 돌봄이 가능한 장기적인 전략을 내놓고 있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라며 “환자 중심의 가치관을 토대로 사회의 변화에 맞게 우선순위의 급여화 항목을 설정하고,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급여화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의료정책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상급병원 문턱만 낮추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하기는커녕 상급종합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 설치를 늘리면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 소장은 “병원들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의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보장성 강화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급여화 우선순위가 아쉽다. 취약계층은 필수적인 것조차 급여화가 되지 않아 약제나 치료 등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가 언뜻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 세심한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해보인다"라며 "의료문화나 수가 등 전반적인 통찰을 토대로 부작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부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국민 비급여 진료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비급여를 급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급여가 추가로 발생하는 풍선효과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의료기관들이 국가에서 원가 이하로 공급하도록 정한 필수의료행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행위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라며 "무작정 급여만 확대해서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보장성 강화는 허구일 뿐이다. 결국 필수의료행위의 적정수가 보전만이 풍선효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